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낸 지 얼마 안돼 회사가 부도났더라도 회계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사행위를 수행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1부(재판장 이태운 부장판사)는 19일 "감사보고서를 믿고 대출해 줬다 19억여원을 못받았으니 5억원을 물어달라"며 현대생명보험의 파산관재인이 부도난 삼우기술단을 감사했던 두이합동회계사무소와 삼원합동회계사무소의 회계사 김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기업회계기준 및 준칙이 정한 규정에 따라 감사절차를 수행했으며 감사임무를 게을리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파산한 삼우기술단이 회사정리절차 개시 신청을 낼 때의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의 재무결산내역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감사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회계사들이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유통되거나 보관 중인 약속어음과 당좌수표 등에 대해 구입.발행.폐기 및 사용내역에 대해 실사했고 부외부채에 대한 감사절차인 어음.수표 수불기록을 검토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생명보험은 지난 94∼96년 삼우기술단에 30억원을 대출해 줬다가 95년 6월 이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19억여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96년 초 '적정' 의견을 냈던 회계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