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컴덱스를 관람해온 Z60벤처스의 이경훈 사장은 19일(현지시간) 전시장에 도착하자 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LA에서 벤처캐피털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예년에는 차량행렬이 꼬리를 물어 전시장 앞에서 30분이상 기다리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번에는 전시장 정문앞까지 너무 쉽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장을 둘러본 후 "관람객수가 예년보다 대폭 줄어든데다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수준의 제품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한때 세계 최대,최고의 정보기술(IT)전시회로 명성을 날렸던 컴덱스에서는 썰렁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참가업체는 2000년 2천3백여개에서 9·11테러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1천3백여개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1천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소니와 인텔,에릭슨 등 세계적인 업체가 부스를 설치하지 않았다. 매년 대형부스를 마련했던 LG전자도 불참했다. 행사장이 위치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중심가 호텔 방값은 최저 30달러대까지 폭락했다. 애널리스트인 로저 케이는 "특급호텔인 미라지에서 예약없이 하루 1백50달러에 머물게 됐다"며 "미리 예약했더라면 오히려 손해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컴덱스 기간 중 호텔 방값이 서너 배로 뛰었던 점에 비춰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사례다. 전시장 안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전시장 내부에는 가방이나 필기구 등 홍보물을 나눠 주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IT 업체의 빈자리를 벤츠같은 자동차회사나 건강보조기구 업체들이 채워 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IT경기의 침체에다 미국 경기불황,가전 등 전문 전시회의 활성화 등으로 컴덱스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 매니저인 세스 리엄스는 "직접 비즈니스를 하는 주요 고객들은 전문 전시회를 통해 훨씬 효과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컴덱스 개막 며칠 전 발표됐던 태블릿PC 신제품들과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모바일 분야 제품들이 그나마 테마를 형성하면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후지쓰는 여느 데스크톱과 비교해도 성능면에서 손색이 없는 'ST4000'시리즈를 선보였고 도시바는 두께가 얇은 '포르티지'시리즈를 내놓았다. 휴렛팩커드 역시 1㎓급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착한 태블릿PC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호평을 얻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참가하는 중국기업들이 독립된 부스를 마련,전시장에 '차이나타운'을 형성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파운더그룹의 리우 홍 사업개발 담당임원은 "베이징 상하이 등 43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전시회에 참여했다"며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 중국업체들의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조병덕 전무는 "이전에는 컴덱스를 통해 정보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는데 이제 특별한 볼거리를 찾기 어렵게 됐다"며 "내부적으로 내년 컴덱스에 부스를 설치해야 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정건수 특파원.김남국 기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