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본부장 김종빈 검사장)는 20일 지난 4개월간의 공적자금 비리 수사를 통해 분식회계로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4개 부실기업주 등 33명을 적발, 이 중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19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3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구속된 부실기업주는 김영진 전 진도그룹 회장, 김천만 전 극동건설 사장, 손정수 전 흥창 사장, 이태환 전 핵심텔레텍 부사장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실기업주는 2천2백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6천3백억원대의 대출사기를 벌였으며 해당 기업 부도 등으로 금융기관들은 2조6천억원대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 분식회계 통한 사기대출 =진도그룹 김영진 전 회장은 유럽 지역의 반모피운동과 지구 온난화로 모피 수요가 줄어든데다 컨테이너 사업마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에 처하자 해외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채무를 누락하는 등의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3천5백억원을 대출받았다. 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극동건설은 90년대 건설업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한 재개발공사 수주전에 나서 해마다 수십억∼수백억원의 적자가 누적되자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둔갑시켜 1천2백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수출금융 사기 =해외 현지법인에 물품을 수출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금융권에서 수출금융을 지원받은 사례도 많았다. 이동통신중계기 제조기술로 유명했던 흥창의 손정수 전 사장은 과도한 주식투자 등으로 적자가 계속 쌓이자 미국 등의 현지법인에 선형증폭기(LPA)를 수출한 것처럼 선하증권 서류 등을 위조해 금융기관에서 수출환어음 할인 명목으로 1백66억여원을 가로챘다. 진도의 김 전 회장도 97년 해외 현지법인인 진도영국에서 냉동컨테이너 수입 의뢰만 받아놓고도 마치 이를 만들어 수출한 것처럼 상업송장과 신용장 등을 꾸며 97차례에 걸쳐 금융기관 6곳에서 1천92억원의 수출금융을 지원받았다. ◆ 회사 자금 사금고화 =극동건설 김용산 전 회장과 김천만 전 사장은 92년과 98년에 건설현장의 노임 등을 과다 계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 1백20억8천여만원을 조성, 80억원을 사주 소유 미술관에 전시할 도자기를 구입하거나 별장 자택 등을 관리하는데 썼다. ◆ 향후 수사계획 =검찰은 지난해 12월3일 합동단속반을 발족한 이후 모두 87명을 입건(38명 구속, 41명 불구속, 8명 지명수배)했다. 회수한 공적자금은 3백97억9천8백만원으로 늘어났다. 검찰은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M,N,J,S사 등 7개 부실기업 전 대표와 불법대출에 따른 배임 혐의가 있는 D종금, H여신, K화재 등 부실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해 수사 중이다. 또 관련자 60여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