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국내에 판매할 예정인 5인승 레저용 픽업 '다코타'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화물차로 분류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관과 용도가 비슷한 쌍용자동차의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분류해 특소세를 매겼던 방침을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지도 관심사지만,통상문제 때문에 특소세 부과문제가 오락가락한다는 것은 국가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도대체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자동차 정책이 무엇인 지 갈피를 잡기도 어렵다. 우선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재경부의 설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다코타에 대한 특소세 부과문제가 21,22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에서 최대 현안으로 등장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국세인 특소세는 관세와 달리 통상현안이 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보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이유로 특소세 부과기준을 바꾸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산업현장에서 엄청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쌍용자동차의 레저용 픽업은 당초 건설교통부에선 자동차관리법상 화물차로 형식승인을 받았으나 재경부가 사용목적을 특소세가 부과되는 승용차라고 분류하는 바람에 주문취소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다코타에 특소세를 매기지 않는다면 내국인을 역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도 무쏘스포츠에 대한 특소세 부과를 철회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로선 특소세 부과를 철회하면 그만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특소세 부과 결정에 따라 빚어진 주문취소로 그동안 생산을 중단하다시피 한 쌍용자동차측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재경부가 뭐라 설명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자동차 특소세 행정이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여름에도 미국의 요구로 승용차 특소세 탄력세율 인하가 8월까지 두달 연장된 전례가 있다. 이런 시행착오가 거듭되고 있는 근본 이유는 자동차 특소세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자동차는 이미 사치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이 돼 특소세 부과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게다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나 되고 한국이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특소세는 국가 전략산업의 육성이란 측면도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 특소세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