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흐뭇해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담배꽁초 문제다. 물론 비흡연자들이야 상관없는 일이지만,골초 관광객들에게 일본은 신나는 곳이다.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다 적발되면 경범죄로 처벌받는 한국과 달리 아무데나 버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 흡연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지적이 과장된 표현만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도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도쿄 치요다구가 지난 10월부터 길에서 담배 피우는 노상흡연을 조례로 금지한 이후 여러 지자체가 유사 법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실태와 방법 등을 벤치 마킹하기 위해 치요다구에 직원을 보낸 일본 지자체는 고베시와 요코하마시를 포함,10곳을 넘고 있다. 견학단 중에는 서울시 보건소 직원들도 끼여 있다. 2천엔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발상을 일본 최초로 내놓았던 치요다구가 한때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담배연기를 거리에서 없애겠다는 의지 자체는 큰 호응을 얻은 셈이다. 담배판매상들의 울상에도 불구,노상흡연 규제의 효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치요다구가 관내 4개 전철역 부근 가로수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담배꽁초가 파묻혀 있던 나무가 9월 말까지 1천여그루를 넘었던 것이 10월 말에는 38그루로 격감했다. 문구점 주인 이케다씨는 "하루 세번 청소해도 시원치 않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며 웃는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넘버원의 흡연천국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조사 담배수입량이 세계 1위이고,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인구 증가가 사회적 골칫거리로 등장한 상태다. 한국에서도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을 계기로 담배문제가 찬반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됐다.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고,한국과 일본은 사정이 다르니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결론날지 단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치요다구의 선례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지자체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이지만,매너를 지켜달라는 목소리 앞에 흡연자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