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때문인가.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미국을 따라하는 것 같아 체면이 구겨지기라도 하는가. 그러나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유로존 경제는 빈사지경이고,3분기 경제성장률이 0.3%에 불과한 독일경제는 더블딥위기 1순위에 올라와 있다. 미국경제가 더블딥 위기론의 진원지이지만,실제로 가장 위험한 곳은 ECB 관할하에 있는 독일경제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경제도 기력을 잃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빔 뒤젠베르크 ECB총재는 물가타령만 한다. 인플레율(2.3%)이 억제목표치(2%)보다 높아 금리를 내릴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미국이 대놓고 유럽에 경기회복책을 촉구했을까.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의 참석차 파리를 방문한 글렌 허바드 미대통령경제자문위원장은 ECB에 세계경제회복의 짐을 나눠지라고 요구했다. 이달초 미국이 금리를 내린 것처럼 ECB도 내리라는 주문이었다. 그래도 뒤젠베르크총재는 마이동풍이다. 귀를 막고 있는 뒤젠베르크 총재는 동학교도가 되면 어떨까. 동학교도가 돼 최제우가 내린 교시에 귀를 기울이면 생각이 달라질 지도 모른다. '뒷짐을 지지 마라.' 1백40여년전 동학창시사 최제우가 신도들에게 내린 5대 강령중 하나다. 오만한 방관자가 되지 말라는 훈시다. 세계경제는 뒷짐진 뒤젠베르크총재를 원치 않는다. 월가와 유럽금융계는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 함께 경제회생에 앞장서기를 고대한다. 물가타령은 그만하고 빨리 금리를 내리기를 원하고 있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