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금융 투명성 미흡" 지적] 소비자 외면한채 외형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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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우체국금융이 그동안 소비자보호는 외면한 채 외형 확대에만 열을 올렸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간금융'의 잣대를 적용할 경우 예금이나 보험유치에서부터 관리, 사후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우체국 금융은 곳곳에 결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감독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유사보험이 자칫하면 금융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고다.
◆ 외형확대에 치중
민영 보험사들의 보험료 수익중 보장성(종신.건강.상해)보험의 비중은 50.4%로 저축성보험(49.6%)보다 높다.
그러나 우체국보험은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장성보다 판매가 쉬운 저축성보험 위주로 상품을 취급했기 때문이다.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판매실적을 보면 1997년엔 56억원이었으나 작년엔 1조4천3백9억원으로 급증했다.
그 결과 외환위기 이후 수입보험료 평균증가율이 농어촌지역에선 13.7%인 반면 대도시 지역에선 25.8%에 이르렀다.
대도시 중산층을 겨냥해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펼쳤던 것이다.
게다가 우체국보험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업종사자 등 일부 저소득 종사자에 대해선 보험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인수를 아예 거절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 금융소비자 권익보호는 외면
우체국금융은 설립목적상 서민에게 보다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 실제론 민영 보험회사에도 못미쳤다.
민간 보험사들의 경우 청구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보험금을 주고 있지만 우체국보험은 이보다 12일이나 늦은 15일 내에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휴면보험금이 지난 3월말 현재 11만2천8백67건(89억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28%인 3만1천7백90건(26억원)은 우체국보험의 다른 상품에 가입해 있는데도 '모른체'하고 있다.
휴면보험금을 지급하는 방법도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민간 보험사들은 인터넷 전화 팩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청구받아 은행 우체국 등의 예금계좌에 입금하고 있다.
그러나 우체국보험은 창구에서만 청구를 받아 본인 또는 우체국계좌를 통해 지급하고 있다.
◆ 낙후된 경영
우체국 금융은 IMF 위기 이후 일반 금융회사들의 잇단 부실화를 계기로 급성장 추세를 탔다.
97년말 14조9천1백28억원이던 수신총액은 작년말 47조4천9백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예금 또는 보험금 전액 보장이 가능한 정부산하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커진 덩치만큼이나 속을 튼튼히 하는 노력이나 제도적 장치들은 지극히 미흡한 것으로 이번 감사 결과 나타났다.
작년말 현재 우체국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2백67.2%로 금융감독원 지도기준(1백%)보다 높긴 하지만 민간 생보사 평균 3백68.2%보다는 낮은 실정이다.
또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나 부실 위험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은 등한히 하고 있다.
외부회계감사와 경영공시제도가 없을 뿐더러 47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인력은 9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직원 한사람이 무려 5조2천7백67억원의 자금을 주무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9명 가운데 금융업무에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3명 밖에 안된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