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부 경제정책이 시장자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재검토돼야 할 정부의 경제정책'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 정부가 개혁의 가시적 성과에 집착함으로써 과도한 개혁비용을 발생시키고 시장원리와 민간자율 원칙을 경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사실상 기업규제개혁 부문의 '차기정부 정책과제'라는 성격을 띠고 있어 주목된다. 전경련은 현 정부의 개혁정책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신인도를 회복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한 결과 시장원리와 민간자율의 원칙을 무시하고 기업가정신을 저하시킨 측면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주요 부문별 개선방안은 다음과 같다. ◆ 경제력 집중억제 =전경련은 무엇보다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기업을 포함해 계열사 자산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대해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과의 역차별을 초래하고 미래 핵심사업에 대한 적기 투자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 제도는 채권은행과 기업이 자율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신용공여 한도제'도 폐지하거나 신용공여 한도를 일본 수준(40%)으로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5대 그룹의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 및 임원들이 은행 대표이사를 맡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규제라는 점에서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합재무제표 제도는 연결재무제표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요청했다. ◆ 기업지배구조 개편 =전경련은 소수주주가 집중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현행 집중투표제가 경영상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기업인수합병(M&A)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제도의 실시 여부를 상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개별 회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 등의 경우에 대주주 의결권 행사한도를 3%로 제한한 것은 헌법상의 평등권(11조)과 재산권보장(23조) 조항에 위배되는 규제여서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사외이사 자격에서 배제시키는 등의 규제도 대주주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라는 점에서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무건전성.고용안정 =부채비율은 금융시장 발전 정도 등에 따라 국가 산업 기업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채비율 2백%' 규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인수합병시 고용을 포괄적으로 승계하고 정리해고시 60일 전에 노조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한 정리해고 제도도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노조 통보 시한을 30일 전으로 완화하고 영업양도나 자산매각시에는 고용승계 의무를 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