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끼자]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 민영화로 경영효율.저소비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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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 도시가스 등 핵심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에너지산업의 경영 효율을 높이자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해온 이들 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해 경쟁체제로 전환하면 국가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일상생활과 밀접한 이들 분야의 구조개편으로 인해 이해 당사자간의 첨예한 갈등과 소비자의 생활에 적지않은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밀고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 각 부문의 개방화.자유화가 한층 진전되면서 에너지산업에 대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외국 정부와 기업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핵심 에너지산업의 민영화는 이제 거스르기 힘든 대세가 됐다.
전력의 경우만 해도 영국 독일 미국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0여개국에서 이미 경쟁체제를 도입했거나 현재 도입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와 교역 장벽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우리만 "에너지산업의 독점체제 유지"를 고집하기 어려운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전세계가 한국 정부의 개혁 의지를 핵심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작업에서 찾고있다"는 정부 주장이 크게 잘못됐다고 얘기하기도 어렵다.
에너지산업의 경영 효율성 키운다
한국전기연구소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90년대 이후부터 "규모의 비경제"가 발생했다.
경제이론에선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는 규모가 커질 때 똑같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위해 투입하는 단위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규모의 경제) 반해,한전은 규모가 너무 커져 오히려 단위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쉽게 말하면 지나치게 큰 덩치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공룡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전의 예산은 28조원에 달했다.
국가 예산과 비교해도 4분의 1을 넘는 수준(27%)이고 국방 예산의 1.8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신규 발전소 건설 등 투자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한전의 현주소다.
정부는 한전이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려면 2015년까지 줄잡아 49조원을 외부에서 차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LNG(액화석유가스) 도입과 배관망 설비를 독점하는 가스공사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기간 독점체제가 유지되면서 LNG 수입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LNG 도입 계약조건 변경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획기적인 경영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2000년~2001년 한국의 LNG 평균 수입가격을 1백으로 봤을 때 일본이 93,미국은 78에 불과했다.
가스산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된 주요국에 비해 비싼 값으로 LNG를 들여오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 신인도와 에너지 소비효율 높인다
정부는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이 국내 경제전체의 구조개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기업 금융 노동 공공 등 4개 부문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이 가운데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은 공공부문 개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국내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구조개편이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면 대외 신인도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이 에너지 다(多)소비형 사회구조를 저(低)소비형으로 바꾸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경쟁 시스템이 도입되면 제조원가 이하로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에너지는 싼 값에 국가에서 무제한으로 공급되는 공공재(公共財)"라는 인식이 사라져 에너지 이용효율을 꾸준히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다만 에너지 가격 폭등과 수급 불안정 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안정적인 소비자 판매가격 형성과 어떤 경우라도 수급안정을 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