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 지난 9월 한때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7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최근 이라크의 UN 결의안 수용 발표로 22달러 이하로 큰 폭 하락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동지역의 불안 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언제 다시 유가가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소비하는 석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국제 원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유가가 떨어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가 지속되더라도 큰 충격없이 버틸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저항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에서 알 수 있듯 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은 매우 크다. 유가가 오르면 각종 비용이 동반 상승해 물가가 불안해진다. 기업은 생산원가 부담이 커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 무역수지도 악영향을 받는다. 올해 에너지 수입규모는 3백16억달러로 우리나라 총수입액의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사용량을 10%만 줄이면 3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은 곧 외화 낭비를 줄이는 지름길인 셈이다. 에너지 소비절약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기후변화협약이다. 환경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이 날로 커짐에 따라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온실가스(CO2)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일으키는 온실가스는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83% 가량이 배출된다. 현재의 대량 에너지 소비구조를 바꾸지 못한 채로 기후변화협약이 본격 발효될 경우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정부에서는 국내외 에너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중이다. 우선 산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에서 정보화 및 지식기반산업 중심으로 바꿔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1% 안팎에 불과한 대체에너지 보급률을 2010년 5%까지 확대하고 석유의존도를 45%까지 낮출 계획이다. 또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다소비 업체에 대해 자발적 협약(VA) 제도를 실시하는 한편 집단에너지 보급 활성화와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 육성, 에너지 효율등급 표시제도 확산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구조로의 전환은 소비자의 손에 달려 있다. 가정과 기업의 실천의지가 없으면 정부의 각종 정책은 무용지물이다. 가정에서는 조명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바꾸고 가전제품을 살 때 에너지 효율등급을 확인하는 등 일상 생활에서부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전력소비를 20%만 줄여도 1백만kW급 발전소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의무가 그만큼 더 크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산업체에 대한 에너지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가정 사무실 등 다른 부문과의 형평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기업 스스로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생산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고효율 생산기자재 개발과 사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일정 규모의 에너지를 절약하겠다고 정부와 약속하는 자발적 협약 제도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시설 투자비를 들이지 않고 에너지 절약효과를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에너지 절약은 가계와 기업의 지출을 줄여 주고 국가적으로는 에너지 수입비용을 절감해 준다. 더욱이 우리 후손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 가계와 기업, 정부가 함께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절약에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