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에이프만이 이끄는 러시아 현대발레단이 다음달 3일부터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에이프만 발레단은 고전발레의 강국 러시아에선 드물게 현대발레를 추구하며 세계 현대발레의 흐름을 주도해 온 단체다. 특히 춤에 문학성과 철학성을 가미한 "드라마틱 발레"를 추구하고 작품소재도 세익스피어,몰리에르,도스토예프스키등 세계적 문호의 작품이 많다. 이번 공연에서는 "러시안 햄릿""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돈 키호테 어느 정신이상자의 환상" 등 세 편을 선보인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러시안 햄릿"(3~5일)은 이 발레단의 요즘 경향을 가늠할 수있는 최근작이다. 이 작품은 표트르 대제와 함께 러시아 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꼽히는 여제 예카테리나 2세와 그의 불행했던 아들 파벨에 관한 이야기다. 예카테리나 2세는 18세기 러시아를 유럽에 맞서는 강국으로 키웠지만 그 이면엔 남편인 표트르3세를 암살하고 제위에 오른 어두운 집권과정이 있었다. 이때문에 아들 파벨은 "러시안 햄릿"으로 불리며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화려한 황실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그 화려함 속에서 처절한 고독과 불안으로 서서히 파멸해간 이들의 영혼을 그린다. 2000년 뉴욕 공연당시 뉴욕타임스는 "작품속에 끓어 오르는 열정을 이해하기 위해 시놉시스를 먼저 읽을 필요는 없다. 충격적인 이미지구성과 극적묘사,웅장하고 화려한 무대장치는 에이프만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카라마조프..."(6~7일)는 지난해 내한공연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에이프만의 작품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원작에서 다룬 철학과 종교,인간에 대한 질문을 두 시간짜리 발레에 잘 압축했다는 평가다. "돈 키호테"(8일)는 세르반테스의 원작과 달리 병원에 수감된 정신병자 돈 키호테의 무의식과 몽상을 통해 사랑,정직,배려 등의 가치를 역설하는 작품. 차가운 병상에서 주인공과 주위 환자들이 연출해 내는 고독과 처절함은 우리에게 꿈과 이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역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에이프만은 뉴욕타임스가 "오늘날 가장 성공한 러시아 안무가"로 지칭한 인물이다. 소비에트 연방시절 공연예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찬사였던 "러시아 국민예술가" 칭호를 얻었으며 99년엔 공연예술계 최고권위 상인 골든마스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 공연뒤 전주(9~10일) 울산(11일) 대전(12일) 춘천(14~15일) 의정부(17일)등 지방 순회공연도 이어진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8시,토요일 오후 4시,일요일 오후 3시.7시. (02)2005-0114.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