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에너지 다소비 국가'라는 점은 각종 지표에서 잘 드러난다.


한국의 인구 수는 작년말 현재 세계 26위, 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량(10위)과 석유 소비량(6), 석유 수입량(4) 등은 벌써 10위권에 진입해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에너지 소비량도 4.19TOE(석유환산 t)로 정상급이다.


일본(4.07), 영국(3.84), 대만(3.63) 등을 제쳤으며 주요국중에서 한국보다 수치가 높은 나라는 미국(8.32), 독일(4.23), 프랑스(4.37) 정도에 불과하다.



1천달러의 GDP를 얻기 위해 투입하는 에너지량을 나타내는 에너지 원단위(TOE/GDP 1천달러) 비교에서도 한국(0.320)은 미국(0.264), 일본(0.096), 독일(0.130)에 앞서 있다.


똑같은 규모의 GDP를 벌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만큼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원단위가 높은 것은 아직 국내 제품의 브랜드 경쟁력 등이 선진국 제품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액이 적은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에너지 소비 수준이 상당수 선진국들을 능가하는 것은 나프타를 비롯한 산업용 에너지 수요가 기본적으로 많은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석유화학 철강 등 국가 기간산업 대부분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업종들이어서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요인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여전히 '에너지를 물 쓰듯' 하는 풍조가 여전한 것이 에너지 과소비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일상 생활에서 편의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사들이는 승용차 및 가전제품이 점차 대형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1천5백cc급 이상 중.대형급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 85년 28.6%에서 2000년엔 42.5%로 늘어났다.


냉장고 평균 규격은 같은 기간동안 1백95.7ℓ에서 4백8.6ℓ로 1백% 이상 늘었으며 TV 평균 규격 역시 14.9인치에서 23.5인치로 57.7% 늘었다.


기술 발전으로 그동안의 자동차 연비 효율과 가전제품 전력이용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이같은 주요 소비재의 대형화 추세는 전력소비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전력 사용량은 98년 4천1백67Kwh에서 99년 4천5백72Kwh, 2000년엔 5천57Kwh로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름철 순간 최대 전력수요도 2000년부터 4천만Kwh를 넘었다.


결국 전력수요의 폭증은 매년 수조원의 돈을 발전용 연료 수입과 발전소 건설 및 유지.보수에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기에 비례해 에너지 수입액도 늘고 있다.


지난 98년 수입액은 1백81억4천만달러였으나 올해(2002년)는 3백16억9백만달러가 예상되고 있다.


총 수입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9.4%에서 20.4%로 뛰었다.


특히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국제유가가 뛰고, 그로 인해 에너지 수입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는 에너지를 지금보다 10%만 절약하면 1백90만명의 국내 전체 중학생들에게 3년간 무료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외화를 아끼게 된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조기성 산자부 자원기술과장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모두가 에너지 이용 효율을 한층 더 높이고 에너지 절약을 꾀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