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끼자] 해외자원 개발 : '성공사례와 실패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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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원 개발 역사상 예멘 마리브유전 개발사업이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70년대 두차례 석유파동을 겪은 정부가 찾은 해법은 해외진출이었다.
직접 개발사업에 참여,원유를 확보함으로써 제3의 석유파동을 막아 보겠다는 것이었다.
원유확보 임무를 부여받은 석유공사는 83년4월 세계 64개 석유회사에 개발사업 참여의사를 타진했다.
이 가운데 공동참여를 제의해온 업체는 미국의 헌트사.
헌트사는 석유공사를 방문,아르헨티나 및 아일랜드 광구의 공동개발을 제의했다.
석유공사는 기술검토 결과,이들 국가보다 마리브 광구가 더 적합하다고 결론 내리고 이를 수정 제의했지만 거부당했다.
재교섭 끝에 그해 11월 석유공사 SK 현대종합상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헌트사와 함께 마리브 유전개발에 참여키로 합의한다.
이듬해인 84년 한국 컨소시엄 대표사인 SK와 헌트사간에 계약이 체결됐다.
한국측 지분은 24.5%.
마리브 유전에서는 87년부터 하루에 10만 배럴의 원유가 생산됐으며 계속된 탐사에서 상업성 있는 유전이 추가 발견돼 누적 생산량은 8억5천만 배럴에 달했다.
한국측 몫은 하루 83만 배럴.
한국 컨소시엄의 투자비는 올해 상반기까지 7억달러였다.
이는 국내 전체 해외석유개발 투자액의 19%에 불과하지만 회수액은 모두 15억 달러로 전체 회수액(30억 달러)의 절반에 달한다는 점에서 대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리브 사례는 탐사단계에 참여,생산량을 확보함으로써 톡톡히 재미를 봤고 지금까지도 해외석유 개발사업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이밖에 SK 석유공사 등이 참여한 베트남 "15-1광구" 개발사업은 국내기업이 운영하는 순수 국내기술진에 의해 처음으로 원유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뼈아픈 실패사례도 적지 않다.
마리브의 성공을 지켜본 민간기업이 앞다퉈 해외유전 개발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실패를 맛보게 됐고 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민간기업의 개발사업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대표적인 실패사례는 리비아 "NC170.171.172 광구"사업이다.
90년 벨기에 피나(이후 프랑스사에 합병됨)가 리비아 국영석유회사와 생산분배 계약을 체결한 뒤 한국컨소시엄(SK 현대정유 LG상사)에 지분 20%를 양도,국내업체들이 참여했다.
지분율은 SK 10%,현대정유 5%,LG상사 5%였다.
광구를 분양받을 당시에는 대형 유전 인근지역에 위치,석유발견이 유망한 지역으로 기대됐다.
탐사단계에서 NC171 광구에서 석유가 발견되기도 했으나 경제적 규모에 못미쳤고 나머지 광구에서는 석유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운영권자를 포함 한국컨소시엄 등 전체 참여업체들이 개발권을 반납하고 사업에서 철수했다.
탐사작업에 투입된 총 사업비는 모두 1억8천만달러이며 한국컨소시엄은 이 중 3천9백만달러를 부담했다.
에너지특별회계에서 성공을 조건으로 지원된 융자금 1천9백만달러는 지난해 12월 감면돼 리비아 유전개발사업은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해외유전 개발사업이 "대박" 가능성과 함께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셈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