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8% 성장에 그쳐 국내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당초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대부분 3.4분기중 6%대 성장을 점쳤고 한은 역시 6.7%로 예상했었다. 한은은 태풍피해 등 경제외적인 요인에 의해 성장세가 일시 둔화됐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해외경기가 여전히 불안한데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등으로 인해 성장 활력이 한 풀 꺾였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왜 둔화됐나 한은은 3·4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0.9%포인트 낮게 나타난 이유로 '수해'를 첫손에 꼽았다. 집중호우로 인해 농림어업과 건설업 경기가 악화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농림어업 부문중 재배업은 벼 배추 사과 등 거의 대부분 농작물이 태풍피해를 입어 수확이 전년동기대비 3.6% 뒷걸음질쳤고 어업도 14.2%나 감소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큰 건설업 성장률도 2.9% 후퇴했다. 아파트 상가 등 건물건설은 증가세(9.9%)를 유지했으나 전력 철도 등 토목건설이 전년동기대비 19.0%나 감소했다. 여기에다 올 상반기동안 7∼8%대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3·4분기 6.1%로 가라앉은 것도 성장률이 낮아진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성장엔진이 바뀌었다 그동안 국내 경제를 이끌어오던 건설업과 내수 경기가 시들해진 반면 제조업 서비스업과 수출부문은 3·4분기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내수와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2·4분기 5 대 5에서 3·4분기엔 3 대 7로 바뀌었다. 제조업은 반도체 컴퓨터기기 가전 등의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전년동기대비 6.7% 성장했다. 특히 정보기술(IT)은 21.7% 늘어 제조업 활황세를 주도했다. 서비스업도 통신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9.0% 증가해 전분기(8.4%)보다 호전됐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성장기여율은 전분기 34.5%에서 38.7%로,서비스업은 55.8%에서 64.3%로 각각 높아졌다. 반면 건설업은 4.4%에서 마이너스 4.3%로,농림어업도 마이너스 0.5%에서 마이너스 4.0%로 각각 떨어졌다. ◆올해 6%성장 가능할까 한은은 최근 수출이 20%이상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10월 이후 태풍피해 복구용 예산(5조5천억원) 집행이 본격화돼 4분기 성장률이 3분기보다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교역조건이 88년 이래 최악이고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는 점이 변수라는 지적이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산술적으로 놓고 보면 4·4분기 성장률이 5.8%이상만 돼도 연간 6.0%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후식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 불확실성,이라크 전쟁 등 변수가 많은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6% 성장을 장담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