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부품 소재산업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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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올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가 당초 예상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운데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근원적인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며 "특히 부품ㆍ소재 분야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까지 대일 적자는 1백2억3천2백만달러를 기록,작년 동기보다 40% 증가했다.
또 무역협회는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적자가 1백30억달러에 이르러 외환위기가 왔던 1997년(1백31억3천6백만달러)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6년만의 최고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적자는 물론 일본의 경기침체로 대일 수출은 줄어들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한 탓이다.
어쨌든 대일 적자가 부각되면 예외 없이 등장하는 것은 부품ㆍ소재다.
지난 9월말까지 부품ㆍ소재의 대일 수출은 47억달러,수입은 1백32억달러였다.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했고 수입은 7.0% 증가했다.
단순하게 비교해도 84억달러 적자는 전체 대일적자의 82.5%다.
과거 전체 대일적자를 초과했을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적자 주범인 셈이니 그러는 것도 무리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품ㆍ소재산업을 보고 언젠가 일본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산업구조가 '목이 묶인 양쯔강의 가마우치''Pass Through'형이라고 조롱(?)한 적이 있다.
이런 지적까지 상기하면 왜 부품ㆍ소재 특별법까지 만들어야 했는지 설득력이 더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일본과의 '상대적' 문제로만 파악할 필요가 있을까.
부품ㆍ소재 전체 무역수지는 지난 98년 1백28억달러 흑자로 전환,재작년 93억달러,작년 27억달러의 흑자를 각각 보였다.
그리고 지난 9월말까지 22억달러 흑자다.
흑자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대일 적자를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의 흑자로 상쇄하는 구조로 전환된 것은 주목된다.
국내 시장 개방과 외국인 투자로 글로벌 소싱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도 그러하다.
해외자동차 빅 메이커들이 국내 부품ㆍ소재업계에 보내는 잇딴 러브 콜은 그 좋은 사례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폭스바겐 MG로버 등이 구매사절단을 파견,한국산 부품을 사들인다는 소식이다.
이로 인해 업계의 수직계열에 변화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산자부가 부품ㆍ소재 경쟁력 강화전략을 발표했다.
부품ㆍ소재기업과 수요기업과의 공동 기술개발,신뢰성 향상대책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건 아니지만 밖으로는 시장을 넓히고 안으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서 오는 환경변화가 기대를 높인다.
국내 부품·소재 업체들의 규모의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이런 경쟁환경은 우리가 주체적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본이란 멍에를 던져버리고 아예 세계를 지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