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예금과 보험을 전담하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경영투명성 부족,고객권익 보호 소홀,재무건전성 미흡 등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총수신이 47조5천억원이나 되는 우체국금융이 감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데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는데,외부감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부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전액 책임질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하겠다. 우체국금융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공정 경쟁으로 인해 민간금융회사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7년 말 14조9천여억원이던 우체국 총수신 규모가 불과 몇년 만에 3배 이상 급팽창한 것도,전적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정부 산하기관이어서 우체국 예금이나 보험금이 은행예금 등과는 달리 전액 보장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간금융회사들이 너무 많고 국제경쟁력이 약해 합병을 통한 대형화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정부기관이 금융업을 왜 직접 운영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상업금융기관으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농어민이나 도시 서민들을 위해서라고 항변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단지 허울뿐임이 이번 감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수입보험료 평균 증가율이 농어촌 지역은 13.7%인 반면 대도시에선 25.8%라는 것만 봐도,우체국보험이 원래 취지와는 달리 도시 중산층 위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보험 가입 자체를 거절하고 있다니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급신장한 외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실이 부실하다는 데 있다. 우체국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이 2백67.2%로 민간 생보사의 평균 3백68.2%보다 낮은 것이나,보장성보험 비중이 민간 보험사들의 50.4%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1%에 불과한 상품 구성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4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직원수가 9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금융업무 경력이 5년 이상인 직원은 단 3명밖에 안된다니,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금융 현실에 비춰볼 때 여간 한심한 일이 아니다. 정통부는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우체국금융의 위상과 기능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체국금융을 아예 없애거나,아니면 최소한 대형 금융부실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금융감독을 받도록 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