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시장을 새롭게 키워야 할 때입니다.대기업을 중심으로 내수를 보다 진작시켜야 하고 정보보호 전문업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돼야 합니다." 최근 정보보호학회 제8대 회장으로 선출된 김세헌 한국과학기술원(KAIST·52) 교수는 정보보호 분야가 최근 정보기술(IT) 산업 불황의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그 중요성까지 간과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따라서 대기업들이 우선 적극적으로 정보보호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고취시킴은 물론 보안 수요를 대폭 확대해 시장 활성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정보보호 업체들에는 국방 등 국가 전반에 미치는 보안 기술의 중요성을 감안,보다 차별화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우수 인재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중소 보안업체들이 제대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병역특례 기회의 대폭적인 확대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국내 정보보호 분야가 이처럼 위축돼 있긴 하지만 경쟁력만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인력 수준이나 인터넷 인프라 측면에서 미국 이스라엘 등 정보보호 강국에 뒤질 게 없다"며 "집중적으로 육성할 전략 산업으로의 가치와 기본 조건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보안 시장에 관해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육성책과 업체 난립으로 인한 과열 경쟁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정부에서 보안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현실화하고 업체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진다면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김 회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를 지냈다. 이후 지난 82년부터 KAIST 산업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보안에 대한 개념조차 전무했던 국내에 관련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90년에는 학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