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허리띠 조이는 日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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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 내용보다도 대규모 감원 소식 충격이 더 클 겁니다. 사람을 자르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습니까."
대형은행들의 9월 중간결산 내용이 뚜껑을 열기 시작한 25일 오후.
한국계 은행의 간부 A씨는 "감원 발표야말로 일본 은행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중간결산에 나타난 대형은행들은 그런대로 '건강'하다.
불량채권 처리 고삐를 바짝 당긴 미쓰비시도쿄 파이낸셜그룹만 1천8백80억엔의 적자를 냈을 뿐,미즈호(3백90억엔) 미쓰이스미토모(5백51억엔) UFJ(7백25억엔) 등은 흑자다.
주가폭락에 따른 주식평가손 급증과,불량채권 후유증으로 무더기 적자를 낼지 모른다는 일부 예측이 빗나갔지만,은행들로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수치였다.
그러나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진짜 걱정'이라고 한목소리다.
지난 9월말 현재 23조9천억엔에 달한 불량채권과의 전쟁이 남아 있는데다,본업(여·수신) 말고는 돈 벌어들일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즈호와 미쓰이스미토모가 2005년 3월까지 6천3백명과 4천5백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지만,언론은 그 보다 훨씬 더 줄여야 할 것으로 본다.
또 임금 10% 삭감을 확정한 미즈호에 이어 다른 은행들도 허리띠 조이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의 싸늘한 시선은 구조조정 칼날을 더 예리하게 만들 변수로 꼽히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급여가 높고,점포도 중복돼 있다"며 위기의식 부재에 일침을 놓고 있다.
은행은 최고의 일터로 각광받아 왔다.
대형은행 부장급 연봉은 2천만엔을 웃돌고,어지간한 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일류백화점 과장과 맞먹는 8백만엔 이상이었다.
하지만 적자와 싸우게 된 은행들이 택할 생존 해법은 분명해졌다.
줄이고,조이고,잘라내는 것 외엔 길이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5년 전 한국 금융계를 울렸던 '눈물의 비디오'는 은행의 감원 칼바람을 상징했는데,그 칼바람이 일본 상륙을 앞에 두고 있다.
작년보다 부쩍 얇아질 연말 보너스는 일본 은행원들에게 내일의 더 큰 시련을 알리는 초기 신호일 뿐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