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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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으로 처음 세워진 연탄공장은 대성산업공사로, 지난해 작고한 대성그룹의 김수근 회장이 1947년 대구에서 1백평을 임대내 시작했다.
말이 좋아 공장이지 직원 세 사람이 손으로 기계를 돌려 연탄을 찍어내는 가내공업 수준이었다.
그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연탄은 땔감으로 사용되던 장작의 수요를 대체해 나갔다.
당시 남벌로 인해 심각하게 황폐해져 가는 산림을 보호하는 데 연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연탄은 70년대까지도 우리네 가정의 구들장을 데우는 효자노릇을 했다.
겨울철 꼭두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백열전구를 켜고 힘겹게 십구공탄을 갈았던 일을 대부분의 어른들은 기억한다.
시간을 놓쳤다가는 온 가족이 추위에 떨어야 했고 아침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서민가장의 모습이 연탄아궁이를 수리하는 것으로 종종 묘사되기도 했다.
도시가스나 프로판가스가 일반화돼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연탄에 의존하는 서민들이 많다고 한다.
산업자원부 자료를 보면 전국 총가구수의 1.4%에 이르는 22만3천가구가 연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서민의 연료로 절대적인 것이다.
산동네 골목길을 오르는 연탄배달부의 힘겨운 사진이 눈길을 끌고,연탄가스 중독 소식이 간간이 들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연탄이 서민의 에너지라는 점을 감안,정부는 89년 이후 13년 동안 한번도 연탄값을 올리지 않았으나 올 겨울을 지낸 내년 3월부터 연탄값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석탄산업에 대한 정부지원 부담이 너무 커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 이유다.
물가안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상여부는 불투명하지만,재경부 등 관련부처가 불과 열흘전 연탄출고가격을 1백67원으로 동결한 뒤에 나온 소식이어서 개운치가 않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IMF 이후로 증가하다 다시 내려가는 추세이긴 하지만,연탄값은 시내버스요금 라면값과 함께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예민한 사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겨울이 쓸쓸한 그들의 처지를 생각해 연탄값 얘기일랑 다음으로 접어두면 어떨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