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에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간 가장 큰 차이점은 주택 수요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후보는 기존 주택의 유지.보수 등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시켜 신규 주택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리모델링이 핵심 주택산업으로 육성되도록 금융 세제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주로 강북지역에 집중돼 있는 노후 불량 주거단지를 정비하는 것도 주택 수요 감소에 일조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한계농지나 국.공유지를 택지로 전환하고 주택 내 옵션을 축소할 경우 분양가를 지금보다 30% 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에 비해 노 후보의 주택정책은 '투기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택을 많이 보유할수록 누진과세하는 등 주택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해 실수요자만 주택을 구입토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임대주택 이하 규모에 대해선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되 대형 주택은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노 후보는 또 국세청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등으로 산재한 주택 관련 전산망을 통합, 실거래가로 과세할 경우 투기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후보는 그러나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 후보는 5년간 2백30만호(공공부문 1백20만호)를 더 지어 주택보급률을 1백10%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노 후보도 임기 내 매년 50만호씩 총 2백50만호를 공급하고, 수도권 주택보급률을 2006년까지 1백%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이 후보는 저소득 젊은 가정(영패밀리)을 겨냥, 한시적으로 특별임대아파트 10만호를 우선 배정하고 분양가의 60∼80%까지 장기 저리로 대출해 결혼 후 5∼6년 만에 내집 마련의 꿈을 달성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맞서 노 후보는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월세 대책에 공을 들였다. △저렴한 임대료에 장기 임대가 보장되는 국민 임대주택을 50만호(이 후보는 36만호) 추가 공급하고 △국민 임대주택 규모를 현행 15평에서 20평까지 확대하는 한편 △영세민의 주택 구입자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확대(3백만원→1천만원)하는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