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때 헤어진 모자가 이웃동네에 살면서 서로의 존재를 몰랐다가 51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해 눈길을 끌고 있다. 30일 금정구청에 따르면 부산시 금정구 장전3동에 사는 장소향(74)할머니는 29일 버스로 10분거리에 있는 동래구 온천3동에 사는 아들 정기조(54)씨를 만나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장씨 모자가 헤어진 것은 한국전쟁 때인 지난 1951년. 피난통에 남편이 사망하는 바람에 경북 영천 큰아버지집에 빼앗기다시피 아들 정씨를 맡긴 장할머니는 얼마뒤 큰아버지의 사망으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51년간 이산의 아픔을 겪었다. 초등학교 나이에 졸지에 고아가 된 정씨는 피난민을 따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면서 끼니를 연명해야했다. 장할머니도 아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지만 실패했다. 이들의 상봉은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과일행상을 할 수 없어 동사무소에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을 신청한 장할머니의 호적을 조사하던 정규현(40)사회복지사가 전국 전산망을 샅샅이 추적한 끝에 아들 정씨가 이웃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막노동을 하며 전세 1천900만원짜리 집에 사는 아들을 본 어머니는 "자식을 버린 업보"라며 가슴을 쳤다. 고아인줄만 알았던 아들은 "평생 효도한번 못해 죄송하다"며 "생활이 어렵지만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정구청은 이들에게 금리가 싼 영세민 전세자금을 빌려줘 새집을 구할 수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기자 c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