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컨설턴트] 학습컨설턴트 5인이 말하는 '우리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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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컨설턴트가 뜨고 있다.
학습지 방문교사로 불려온 학습컨설턴트가 종사자 10만명, 시장규모 연간 4조원 시대를 맞아 알짜배기 전문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방문교사에서 학습컨설턴트로의 변화는 '부업형'에서 '프로 전문직'으로 격상이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학습지 방문교사는 주로 30~40대 주부들이 하는 부업 정도로만 여겨져 왔어요. 하지만 이제 학습 컨설턴트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부터 남자들까지 도전하는 어엿한 전문직종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학습지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기형 대교 PR팀장의 말이다.
올 하반기 채용계획 규모를 보면 학습지 등 교육산업 분야가 단연 1위다.
대교 웅진닷컴 교원 JEI재능교육 한솔교육 등 학습지들은 고학력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에도 업체당 한 달에 수백명씩을 상시 채용할 정도다.
학연 지연이 아닌 자신의 능력에 따라 평가받기 때문에 도전의식이 강한 젊은이들이 이 직종에 몰려들고 있다.
성공한 학습컨설턴트 5명이 한 자리에 모여 '프로 학습지 교사'의 세계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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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조직생활을 하지 않고 능력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게 학습지 교사의 가장 큰 매력이다.
꽤 괜찮은 급여 수준에 자기 시간을 융통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직장이 어디 흔한가.
교육 분야이다 보니 일하는 보람도 남다르다.
가장 기쁠 때는 아이들의 성적이 올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때.
옹알이를 하던 아기가 어느새 한글을 떼고 말을 썩썩 해대는 것을 보면 내 아이 일처럼 흐뭇하다.
한번은 5살짜리 자폐아를 지도한 적이 있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애써 가져간 책과 인형을 집어던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애정을 갖고 아이를 대한 결과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가' '나' 등의 발음을 따라하기 시작하더니 수업 시작한지 9개월째 되는 어느 날 삐뚤삐뚤한 글씨로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카드를 건네는게 아닌가.
그날 회원가정 어머니와 부둥켜 안고 눈물을 글썽였다.
남들 보기엔 그저 회원 가정을 방문해 몇분씩 떠들다 오면 되는줄 알고 우습게 보지만 상당히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일단 유아를 가르칠 때는 목소리가 커야 한다.
아이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서다.
처음 몇달간은 목이 쉬어 다닐 것을 각오해야 한다.
중.고등학생을 가르칠 때는 밤늦게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게 고역이다.
학원가는 아이들이 많아 가끔은 밤 10시께 수업을 하는데 솔직히 밤중에 남의 집을 이곳저곳 방문한다는게 달갑지는 않다.
우리 아이하고 놀아주지는 못하고 남의 아이 돌본다는 생각이 들면 가족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남의 집 대문을 나서며 깜깜한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서 어깨 힘이 빠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와도 골치아프다.
한 손엔 교재를 들고 또 한 손엔 아이들에게 줄 겨울방학 선물을 들고 몇번씩 넘어지기 일쑤다.
처음엔 아내부터 처갓집 식구 모두 나서서 뜯어 말렸다.
하지만 어릴적 꿈꿨던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미련과 학습지 방문교사도 어엿한 전문직이라는 믿음 하나만 갖고 제 2의 인생에 도전했다.
그래도 '금남의 벽'(?)을 뚫기가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처음엔 회원 10명중 3명꼴로 항의가 빗발쳐 왔다.
외간 남자가 자신의 집에 드나든다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 하는 어머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6개월동안은 한 달에 60만원 정도 집에 가져가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아파트를 돌며 홍보전단지를 뿌리고 학부모들과 끊임없는 상담을 통해 나름대로의 교육철학을 설명하면서 벽을 허물어갈 수 있었다.
그냥 한 번 해볼까 하는 식으로 만만히 보고 이 일을 시작해선 낭패를 보기 쉽다.
자격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누구나 지원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패하고 그만두는 교사들도 상당히 많다.
6개월에서 1년정도는 월 1백만원을 채 못 번다고 해도 인내심을 갖고 나름대로의 영업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교수법을 계발하는 등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2~3년 정도는 경험을 쌓아야 회원관리 노하우도 생기고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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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 ]
< 손주상 (40) >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서 1년6개월 근무
90년 대교 입사, 현재 화정교육센터(고양) 사업부제 지구당
월평균 수입 : 3백50만~4백만원(총 1천3백개 과목을 관리하는 지구소속 교사 10명 지원)
모토 : 열린 사고
< 이정희 (41) >
경인에너지 금융결제원 등에서 15년간 근무
99년 웅진닷컴 입사, 현재 신림지국 씽크빅 선생님
월평균 수입 : 3백50만~4백만원(관리과목 2백30개)
모토 : 사랑과 열정, 그리고 인내
< 신철근 (38) >
삼성전자 8년 근무
99년 JEI재능교육 입사, 현재 오정지역국(부천) 스스로 선생님
월평균 수입 : 5백만~7백만원(관리과목 2백10개)
모토 : 열정과 자신감
< 황영주 (29) >
97년 교원 입사, 현재 성남사업국 수정지국 구몬 선생님
월평균 수입 : 5백만~7백만원(관리과목 3백50과목)
모토 : 확실한 목표 의식, 진취적 사고
< 오영희 (31) >
중소 디자인 회사 등에서 4년 근무
98년 한솔교육 입사, 현재 구로지국 한글나라 선생님(2001년 정규직 전환)
월평균 수입 : 2백10만~2백20만원(관리회원 70명)
모토 : 교육자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책임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