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총장] 정길생 <건국대 총장>-박학경 <보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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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즌과 대학입학 시즌이 겹치기로 다가왔다.
우리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을까.
어떤 대학에 들어가야 본인이 원하는 능력을 키워 유망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나.
기업 CEO와 대학 CEO인 총장이 만나 '21세기 글로벌 인재' 양성방안을 공동 모색해보는 '기획대담-건국대편'.
여러 나라 대통령이 입는 와이셔츠 '바찌'로 유명한 보텍의 박학경 사장과 건국대 정길생 총장이 지난달 28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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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학경 사장 =대학의 역할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국대의 인재상은 어떤 것인가요.
▲ 정길생 총장 =지식기반사회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배출하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전문지식과 함께 사회현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능력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건국대는 전문지식과 함께 풍부한 교양을 가르치고 있지요.
▲ 박 사장 =오랜만에 학교에 와 보니 많은게 변한 것 같아요.
최근 건국대가 여러가지 면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 정 총장 =앞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튼튼한 재정과 함께 경쟁력 있는 학문을 갖춰야 하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건국대 체육시설부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2호선 건대역 주변에 최고 58층 규모의 업무주거용 빌딩을 세우고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중입니다.
3천억원의 사업이익금은 앞으로 건국대 병원을 짓는데 쓸 생각입니다.
다음으로 특정 학문영역을 집중발전시켜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건국대가 자랑하는 생명공학 분야는 앞으로 축산대.농과대.의과대를 하나로 묶어 세계적인 규모의 '의.생명과학 연구소'를 만들 생각입니다.
인문사회과학도 일본 중국 북한을 다루는 국가자문연구소를 설치하고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빙하려고 해요.
현재 옌볜과학기술대가 평양에 세우려는 '평양과학기술대'에 건국대가 농학 축산분야 학과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 박 사장 =국내 대학들은 모두 차별화를 얘기하지만 그 내용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더군요.
반면 몇몇 전문대학은 제빵학과 골프학과 등 독특한 영역을 개발해 특색있는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4년제 대학들도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정 총장 =맞습니다.
건국대도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죠.
현재 학점은행제로 운영되는 평생교육원에서는 외식산업과 생활풍수, 대인관계심리학 등 이색적인 강의를 통해 쓸모있는 학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국제화를 위해 다양한 교류를 실시중이죠.
미국 중국 유럽 등에 나가 실리콘밸리 미항공우주국(NASA) 등을 직접 견학할 수 있는 '건국 프런티어 프로그램'을 비롯 외국대학과 학점 상호인증제 및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운영중입니다.
내년 1학기부터 외국인 교수 20명을 초빙하는 등 앞으로 건국대 교수의 10%를 외국인 교수로 채용해 국제화의 요람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 박 사장 =수험생이 대입정원보다 적은 '정원역전 시대'를 맞아 대학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이제 대학도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수요자를 위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텐데요.
▲ 정 총장 =동의합니다.
지금껏 국내 대학들은 교수나 대학 관리자들의 편의에 맞게 운영돼 왔죠.
건국대는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편의를 생각하는 제도를 운영중입니다.
올해부터 신입생 5천명 중 7백명을 뽑아 학과나 학부에 상관없이 인문계.자연계로 나누는 자유전공선택제를 운영하고 있죠.
행정종합서비스센터를 만들어 학생들이 모든 행정업무를 원스톱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있죠.
내년에는 2천명 규모의 기숙사를 세우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정 총장 =국내 대학의 문제점 중 하나가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 사장은 명품 와이셔츠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기업인의 입장에서 국내 대학 인재교육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보나요.
▲ 박 사장 =요즘 신입사원들을 보면 편한 일만 하려고 합니다.
대학에서 정신적인 자세에 대한 교육에 소홀하지 않나 걱정되더군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대졸자들은 첫 1년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국가가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만 중시하고 섬유산업 등은 사양산업으로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정책 탓도 크죠.
국내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보텍도 지난 83년 첫 공장을 필리핀에 세운 뒤 20년 동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올 연말 베트남에 현지 셔츠공장이 세워지면 세계최대의 와이셔츠 생산기업으로 거듭날 만큼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 정 총장 =지금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취업난이라 말합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편한 직업만 찾는 요즘의 풍토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 사장 =편한 직장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지만 최근에 입사한 사원들을 보면 사명감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런 문제는 대학에서 본 기업현실과 직접 일하면서 겪는 현실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부터 학생들이 자기 전공에 맞는 기업현장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근무를 할 수 있게 하고 기업에서 근무성적에 따라 학점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 정 총장 =그런 제도가 운영된다면 대학과 기업의 거리감도 많이 줄어들 겁니다.
바로 실질적인 산학협동이라고 할 수 있겠죠.
건국대는 디자인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데 앞으로 보텍과 산학협동을 한다면 어떨까요.
▲ 박 사장 =당연히 필요하죠.
보텍은 세계 2위의 와이셔츠 업체지만 아직 마케팅이나 소재 및 디자인 개발에는 미흡합니다.
이런 부분을 건국대가 맡아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정 총장 =건국대는 지난 88년부터 미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분교인 'PSU 대학'을 설립, 국제화의 전진기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교육개방이 될 경우에 대비,앞으로는 유럽과 중국에도 분교를 설치해 국제화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