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기술주 거품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기술주의 상승행진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 10월9일 이후 두달 만에 33% 급등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5%로 평균지수보다 훨씬 큰 폭으로 치솟았다. 낙관론자들은 "상승폭은 둔화되겠지만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의 토머스 맥머너스 수석 전략가는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에 수요증대가 예상되는 기술주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큰 흐름에서 보면 연초대비 30% 이상 빠져 있는 기술주는 아직도 '바닥권'"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 10월 전세계 컴퓨터칩 판매가 전월보다 1.8%,작년동기보다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증시에서도 기술주쪽으로의 자금이동이 계속되고 있다. 증시자금을 분석하는 AMG데이터서비스는 "지난주 기술주펀드에 2억7천4백만달러 상당의 자금이 순유입됐는 데 이는 지난 4월 중순(5억3천만달러)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그러나 기술주 '상투론'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적향상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올랐으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게 그 이유다. 기업수익을 분석하는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은 기술주들의 4분기 수익증가율이 1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전망했던 61%,4분기가 시작된 첫날인 10월1일의 3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지난 8월 "기술주를 살 때"라며 기술주 상승분위기를 띄웠던 월가의 투자전문주간지 '배런스'도 2일자에서 "지난해 9월21일 이후 연말까지 45% 급등했던 나스닥이 6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던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주 거품논쟁'은 이번주가 고비다. 2일 열리는 시스코시스템스의 애널리스트 미팅과 노키아 전략회의,3일로 예정된 휴렛팩커드의 애널리스트 미팅과 인텔의 분기중간결산 발표 등에서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내릴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