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을 따내기 위한 각국의 "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 국가들은 기술개발과 더불어 지역별 연대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는 일본규격협회,중국표준화협회와 함께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중.일 3국의 표준화 협력을 위한 좌담회를 가졌다. 이 좌담회에서 3국의 정부 및 민간의 표준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연대와 협력을 역설했다. ▲강병구 고려대 교수(사회)=최근 들어 글로벌 스탠더드,표준경쟁,디팩토 스탠더드 등의 용어가 산업계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표준이 산업경쟁력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음을 뜻한다. 한국과 일본,중국에서 표준이 차지하는 역할은 각각 어떤가. ▲소고 사카쿠라 일본규격협회 이사장=최근 3년간 ISO9000 도입을 계기로 표준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좋고 값싼 제품을 만들더라도 세계 표준에 맞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공업규격(JIS)을 ISO 등 국제표준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유영상 한국표준협회 부회장=한국에서도 이제는 기술전쟁이 곧 표준전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표준이 국제표준에 반영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를 들어 MPEG4(동영상 압축기술) 분야에서 삼성 LG 등이 개발한 기술이 국제표준에 반영됐다. ▲리 루이 중국표준화협회 이사장=값싼 제품을 요구하던 중국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안전과 위생 등 부가적 가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국정부도 기업들에 표준에 대한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국제무역의 증가도 표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공산품 중 국제표준을 채택하는 업체가 4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창로 산자부 산업표준품질과장=한국의 표준화 법은 제정된 지 40년이 넘었다. 그동안의 정책은 KS 위주의 낮은 수준이었다. 이제는 무역 규모 세계 12위의 경제대국답게 국내표준보다 글로벌표준에 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국제표준이 부각되는 것이다. 3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제표준화기구의 저작권 정책에 대한 실무그룹 설립이나 매뉴얼 제작,공동 조사 등이 그것이다. ▲소고 사카쿠라=실행시 여러가지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3국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매뉴얼은 표준용어 기술용어 등이 다른 만큼 영어를 제작한 다음 한·중·일 3개국어로 바꿔야 한다. 유럽연합(EU) 등 다른 지역의 표준화 노력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시 바오콴 중국 국가표준화관리위원회 부주임=중국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다만 중국은 표준에 대한 교육수준 등이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취약하다. 한·일 양국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유영상=주의할 점은 국제회의 현장에서 따로 블록을 형성할 경우 미국 유럽의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전에 입장을 조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3국 표준을 제정하는 것도 좋다. ▲소고 사카쿠라=아시아 미국을 포함한 환태평양 등으로 공조를 확대하자.하지만 그전에 3국이 공조하는 게 중요하다. ▲시 바오콴=3국의 기업·정부간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중국은 국제표준에 관한 한 정부의 영향력이 크다. ▲김창로=앞으로 정례 협의체를 구성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도 시스템을 구성해 적극 지원하겠다. 정리=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