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개인 신용불량자 수가 10월말 현재 2백52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카드대금 연체자만 95만2천여명이 된다니 엄청난 숫자다. 이같은 '가계부채 대란'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막상 가시화 되고 보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신용불량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니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나선 건 당연한 일이다. 우선 주택담보인정비율을 60% 이하로 끌어내렸다. 그래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 달부터는 주택담보대출의 자기자본비율 위험가중치를 종전의 50%에서 60%로 상향조정하고,부채비율이 2백50%를 넘는 개인대출자에 대해선 차등금리를 적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규제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금융기관들을 너무 급하게,그리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 바람에 부실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거래를 끊거나 신용한도를 축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계부채비율 2백50% 기준도 그렇다. 전체 개인대출자의 60∼7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들에게 갑자기 담보비율을 낮추고 대출금리를 높일 경우 당사자들의 반발은 둘째치고,신용경색으로 인해 가계대출 부실이 오히려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 게다가 본인소득이 없거나 적다고 해서 주부나 퇴직자,자영업자들을 일률적으로 잠재부실자로 취급하는 건 현실을 무시한 조치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 연체율이 1개월 이상 10%를 넘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카드사에 대해선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내리겠다는 감독당국의 카드연체 대책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은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돼야 연체로 간주하는데 비해 우리는 단 하루만 늦어도 연체자로 분류하며, 연체율을 계산할때 총채권에서 자산담보부채권(ABS)을 차감하는 바람에 국내카드사의 연체율이 실제 이상으로 높게 산출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사용되지 않은 현금서비스 한도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바람에 발생한 추가부담만 7천8백억원이 된다니 당기순이익 기준도 카드업계에 불리한 감이 없지 않다. 가계대출 부실사태에 대한 대책은 세워야겠지만, 신용불량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당국의 급격한 몰아치기식 가계대출 규제 때문에 더욱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