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니아] 윤명중 <현대하이스코 회장>.."클래식 들으며 긴장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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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계동에 위치한 현대 사옥 11층 윤명중 현대하이스코 회장의 집무실.
방에선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철강업체 회장실에 클래식 음악이라...
"예전 명동의 "시공관"은 클래식 국악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이 연주되는 곳이었습니다.당시 시립교향악단의 전속 편곡자로 계시던 형님께서 고등학생인 제게 그곳에서 열리던 각종 음악회 티켓을 가져다주시곤 했지요."
윤 회장과 클래식 음악의 첫 만남은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님(윤해중.한양대 음대 교수 및 한국작곡가협회 회장 역임)의 영향이 컸다는 것.
형님 덕분에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키워가고 있을 무렵 윤 회장은 40여년전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는 감명 깊은 공연을 보게 된다.
관현악 연주에 본격 심취하게 된 시점이다.
"당시 스웨덴에서 활동중이던 고 안익태 선생이 해마다 고국에서 열리는 "대한음악제"의 지휘자로 참석해 공연을 이끌곤 했지요.대한음악제를 관람하며 보았던 안익태 선생의 화려하고도 열정적인 모습과 그의 지휘봉을 따라 움직이던 연주자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음악에 대한 윤 회장의 눈높이는 성악과 오페라로 이어진다.
성악을 전공한 부인과 72년 결혼한 이후부터다.
대학 강단에 선 부인의 도움으로 성악과 오페라에 대한 그의 식견은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바쁜 가운데도 윤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음악회를 찾는다.
40여년간 적어도 5백회를 넘게 음악회를 찾아다녔다.
보유하고 있는 클래식 음반도 1천장이 넘는다.
전공이 아닌 일반인의 음악 사랑으로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정도다.
윤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과 도니제티의 오페라 루치아 라메루무어다.
하루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데는 조수미의 아리아가 그만이란다.
"클래식의 매력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요.클래식을 들으면 감동의 격랑이 휘몰아치지만 결국 안정이라는 넓은 테두리 안의 격랑에 불과하지요.음악이 정서순화와 정신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그런 뜻인 것 같습니다.회사를 경영하면서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도 음악 도움을 많이 받아요.차분하게 가라앉은 상태가 아니면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 어렵잖습니까."
그는 좋은 음악회 표가 생기면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직원들의 문화생활을 독려하기도 한다.
다만 그가 아쉬워 하는 것은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느 연주회든 발표자는 피나는 연습과 준비과정을 거쳐 무대에 오릅니다.하지만 찾아와서 들어주는 관객이 너무 적다면 힘이 나겠습니까.그나마 최근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만남,열린음악회 등의 형식으로 일반인이 클래식 음악에 자연스레 접근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는 세계적인 연주가나 악단의 초청공연이 있을 때 티켓의 일정량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입석표라도)하는 등의 제도가 마련된다면 클래식의 저변은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클래식 애호가다운 지적이다.
글=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