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젊지만 생각이 큰 사람이죠."
대우자동차판매의 이동호 사장에 대한 평을 해달라고 했더니 모 은행장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거래처인 GM대우자동차의 한 부사장에게선 "꼼꼼하고 치밀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대담한 면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동호 사장.
1958년생으로 만 44세다.
지난 93년 불과 35세의 나이에 이사 직책을 달면서 대우그룹의 최연소 임원이 된 인물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서를 지냈다는 경력이 성공가도를 줄달음한 배경이라는 '시샘 어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제 이 사장은 '김우중의 수제자'라고 불릴 정도로 김 전 회장과 대우그룹의 촉망을 받는 기대주였다.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화려한 학력'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만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할 수는 없다.
그는 지난 91년 서울 영동지점을 맡은지 1년만에 판매 실적을 무려 10배나 늘려 놓았다.
월 평균 30대를 팔던 영업점을 3백대를 파는 대형 점포로 키운 것.
인근 경쟁사의 영업점에 벌집 쑤신 듯 난리가 난 것은 불문가지였다.
그가 당시 수립한 1인당 판매기록(월 평균 8대)은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93년 서울 4본부장, 95년 승용판매 총괄임원을 맡을 때도 '이동호의 판매 신화'는 계속됐다.
"김우중 회장님으로부터 배운 투지와 돌파력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김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를 키우기 위해 부평공장에서 근로자들과 숙식을 함께 하는 동안 자신은 매일 밤 영업 사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스스로 대우자판 직원들 외에는 '술 친구'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다.
매년 여름 휴가도 직원들과 같이 보냈으며 경조사 역시 거의 빠지는 법이 없었다.
한번 본 직원들의 이름은 반드시 외웠다.
2000년 10월 대우자동차가 부도나자 한바탕 인사 태풍이 휘몰아쳤다.
채권단은 대우자판의 후임 사장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자천 타천으로 여러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고 빼어난 경력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 사장(당시 전무)의 현장 장악력을 따라올 사람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에게 회사를 맡겼다.
신임 사장의 앞길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았다.
전 해인 99년에 1천8백8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대우차 부도 이후 시장점유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이 사장은 정리해고를 포함해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수익성과 판매효율을 높이기 위해 1 대 5 비율이었던 관리직과 영업직의 비율을 1대 10으로 바꿔 놓았다.
자동차업계 최초로 능력급제도 도입했다.
일부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맨투맨'으로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채무 재조정을 받은 점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대우자판은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2년 연속 흑자행진을 펼친데 이어 올해는 1천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현금 1백만원과 기본급 2백%를 특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 3년 동안 회사를 떠나지 않고 고통을 분담해 준데 대한 보답이었다.
"대우자판은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했습니다. 직원들은 이제 '프로'가 됐고 조직의 사기도 드높습니다."
이 사장은 지금 새로운 구상을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GM코리아의 수입차 판매대행을 맡은데 이어 중고차사업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완성차 사업을 떠받칠 수 있는 자동차 후방산업(정비 중고차 보험 금융)을 '천하통일'하겠다는 야심을 한 단계 한 단계 실현해 나갈 생각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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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1958년 충북 청원생
<> 77년 경기고 졸업
<> 81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83년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 졸업, 대우그룹 입사
<> 84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 91년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 대우자판 영동지점장
<> 93년 서울 4본부장(이사)
<> 95년 승용판매 총괄임원(상무)
<> 99년 판매 총괄임원(전무)
<> 2000년 대우자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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