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승(42승) 기록을 지닌 '진정한 톱' 최상호 프로(47·남서울CC·빠제로). 그는 지천명(知天命)을 눈 앞에 둔 나이에도 불구,최근 열린 3개 대회에서 연속 2위를 차지하는 등 쟁쟁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최 프로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시작되면서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더욱이 20여년을 피어온 담배를 끊자 극심한 금단현상마저 찾아왔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리는 '입스'(yips)현상에 시달렸던 것. 2m 안팎의 퍼트를 90% 이상 성공했던 신기에 가까운 실력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쇼트퍼트 성공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위기는 또다른 기회를 잉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더욱 연습에 매진했다. 금단현상은 사려져 갔고 오히려 금연 덕택에 체력이 많이 향상됐다. 자연히 성적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최 프로는 체력관리의 비결로 금연 외에도 쉼 없는 라운드와 겨울훈련을 꼽는다. 시즌 중에는 1주일에 5회 이상 라운드한다. 평소 대회 때처럼 매일 18홀을 도는 것은 샷 감각과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11월에서 2월까지의 겨울시즌에는 러닝과 헬스에 주력한다. 또 무게가 보통 아이언의 4배 이상 되는 스윙연습기를 들고 매일 1시간 정도의 스윙으로 골프근육을 기른다. 그는 아마추어들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무거운 스윙연습기를 사용하면 스윙 향상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권한다. 또 그는 잔디나 매트 대신 흙으로 만든 티잉그라운드에서 아이언과 우드샷을 연습한다. 맨땅에서의 스윙은 조금이라도 흐트러질 경우 곧바로 미스샷으로 이어진다. 그 때문에 맨땅에서 연습한 후 잔디에서 경기를 하면 이는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기'가 된다. "골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연습할 때는 실전처럼 긴장하되 경기할 때는 연습장에서 굿샷을 날렸던 느낌을 기억해내며 여유있게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골프는 머리 속의 이론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습을 통해 근육에 올바른 스윙을 입력해야 잘할 수 있지요." 그는 골프 외의 다른 일에는 일절 손대지 않고 있다. 단지 후배들에게 나이가 들어서도 열심히 사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수로서의 생활에 충실하고 있다. 그는 '빠제로 구단'을 이끌고 있으며 빠제로 클럽을 사용한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