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은 1일 적정 엔화가치를 '달러당 1백50~1백60엔'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보다 30엔 이상 낮은 수준으로 일본정부가 엔저(低)를 경제불황 돌파구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정부의 이같은 엔저방침이 전해지자 2일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22엔선에서 1백24엔선으로 떨어지는 등 외환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엔화,23% 절하돼야=시오카와 재무상은 일본 북부도시 센다이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엔화가치가 일본경제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글로벌 관점에서 볼때 엔화는 지금보다 23% 평가절하돼 달러당 1백50엔 내지 1백60엔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재무성 관리들이 '엔저 입장'을 수시로 밝혀 왔지만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환율정책의 최고책임자의 입에서 환율목표치가 거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의 고이케 마사미치 환율책임자는 "재무상이 구체적인 엔저 수치를 제시한 것은 매우 놀라운(extremely surprising) 사건"이라며 "엔화가치는 조만간 달러당 1백25엔선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달러당 1백22.5엔이던 엔화는 2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지난 10월23일 이후 최저인 1백24.78엔으로 떨어졌다. ◆가속화될 엔저정책=시오카와 재무상의 발언은 일본정부가 엔저를 위한 시장개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가격의 경쟁력을 높여 불황을 탈출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상반기에도 엔고를 막기 위해 7차례 시장에 개입,3백30억달러어치의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였다. 또 시오카와 재무상은 이날 강연에서 "민간분야가 엔화하락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엔저정책에 대한 민간기업의 동참도 요청했다. 달러화 예금확대 유인책과 같은 정책을 실시,기업들이 가능하면 달러화를 많이 보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