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발상지인 미국의 벤처산업은 성장과정과 시장구조, 정부 지원정책 등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걸어왔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벤처산업은 대학과 연구소가 공동 연구결과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태동했다. 미국에선 엔젤 투자자와 벤처 캐피털이 창업 기업에 젖줄 역할을 한다. 1백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엔젤들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뛰어난 신생 기업이 연구개발(R&D)과 마케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돈을 쏟아붓는다. 엔젤의 투자규모는 금액으론 벤처캐피털의 5배, 건수로는 20배에 달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벤처 기업이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 8백여개의 벤처 캐피털과 3천여명의 투자전문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기업이 완전 성숙기에 진입하면 나스닥 상장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투자자를 맞는다. 초창기 기업 성장의 촉매였던 엔젤과 벤처 캐피털은 회수한 자금을 신생 기업에 재투자하고 성공한 벤처기업가도 엔젤로 변신한다. 정부가 굳이 끼어들 틈도 없이 민간 자율로 벤처 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이어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