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현장] 10억짜리 기계 두달째 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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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현장이 노인 여성 외국인들로 메워지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젊고 숙련된 기능인력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3∼5년내 국내산업현장에서 숙련공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워질 전망이다.
자칫 부품은 물론 제조업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직 근로자 부족률은 8.8%로 2000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올해는 10.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빈자리 메우는 고령자와 주부근로자
서울 성수공단에서 인쇄업을 하는 S사의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58세다.
근로자 41명중 절반이상이 60세를 훌쩍 넘겼고 최고령자는 78세다.
이 회사의 C사장은 "일할 사람이 없어 경비실 직원까지 생산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부터 직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한명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 회사는 10억원짜리 인쇄기계 한대를 두달째 놀리고 있다.
충북 음성에서 특수금속 수출입을 하는 S사는 18명 전원이 45세 이상의 주부다.
금속제품 운반 등 힘든 육체노동이 필요한 작업에 남자 근로자가 필요했으나 구할 수 없어 주부들로 채웠다.
◆ 외국인으로 대체되는 기능공
국내 산업현장에서 외국인근로자가 떠나면 생산라인을 세워야 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포장박스를 만드는 두선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핵심 기술인력이다.
"이들이 빠져 나가면 주요라인을 세워야 한다"고 이 회사의 정군영 사장은 말한다.
이같은 상황에 놓인 중소업체들이 반월 시화 남동공단에 즐비하다.
◆ 사장도 생산현장에
"이젠 사장도 직접 생산라인에 투입돼야 합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완구를 생산하는 리틀토이스 이점용 대표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생산직 근로자는 38명.
그러나 모두 떠나고 단 한명도 없다.
이 대표와 부인, 관리직사원 9명이 철야작업을 하며 납기를 맞추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1회용 물수건을 만드는 A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넓은 공장을 사장 혼자 지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부사원들이 많았는데 인근에 생긴 아파트형 공장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 숙련공 공백현상 파장
한국은 이제 자전거도 제대로 못만드는 나라가 됐다.
힐탑 등 4개 자전거회사에서 완제품자전거를 내놓고 있지만 모두 부품을 중국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뒤 조립해서 판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부품을 만들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자전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금형도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기계부품 공장들이 줄어들면서 금형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형 및 주.단조 공장이 문을 닫거나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그동안 활기를 띠던 서울 영등포 일대의 금형기술학원도 속속 간판을 내리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