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업종대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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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수급과 시장심리가 조정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고 있다.
12월 첫 거래일 종합지수는 나흘째 상승세를 이으며 730선에 올랐다. 거래소와의 수익률 격차 줄이기에 한창인 코스닥시장은 열흘째 쉼없이 오르는 놀라운 체력을 과시하며 53선에 바짝 다가섰다.
투자심리와 이격도 등 기술적 지표는 단기과열을 가리키고 있어 조정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른바 ‘고점 징후’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찬찬한 매물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박스권을 서서히 높이고 있다.
성급하게 주식비중을 줄이기보다는 소폭 조정을 감수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는 대응이 무난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의 적극적인 매수세 동참 이전에는 급등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시장의 합의는 아직은 위쪽으로 모아져 있다.
◆ ‘수급은 재료에 앞선다’ = 외국인이 연일 매수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주말 미국시장이 소폭 조정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2일까지 사흘 연속 1,000억원 안팎의 적극적 매수세를 나타냈다.
매물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 모멘텀이 적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이러한 적극적 대응은 낙관론을 확산케하고 있다. 유동성 보급과 투자심리 안정의 파급 효과로 이어지며 시장 전망을 밝히는 것.
외국인 매수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은 사그라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0월, 11월 두달간 순매수 행보를 이으며 총 2조 3,000억원대의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수규모 확대와 함께 기존의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 편식에서 여타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 매수는 내년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을 기초로 한 것이며, 상대적인 저평가 시장으로서 한국증시의 메리트를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비중 축소로 글로벌이머징마켓(GEM)에서의 한국비중이 낮아 향후 MSCI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12월초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단행되면 선진국의 경기부양에 따른 수혜처인 아시아 이머징 마켓이 가장 좋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며 “특히 한국시장이 가장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외국인 매수세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580선에서 730선까지의 상승이 일과적인 재료에 기초한 것은 아니라고 할 때 외국인 매수세 기조화 판단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박준범 책임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경기 펀더멘털의 호전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매수강도를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기관은 환매요구로 매도에 치중하고 있지만 수급상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투신사가 조정시 차익실현과 함께 꾸준한 신규매수를 보이고 있고 700선 부근에서는 연기금 매수의사도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프로그램 매매가 장중 조정을 유도하고 있으나 역시 영향력은 크지 않다. 12월 선물옵션 만기까지 외국인의 매수포지션 청산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일반적이고 최근 장중 매물화로 부담을 분산하고 있다.
◆ 저점 높이기, 부담은 잠복 = 단기 박스권 하단이 당초 700선에서 이젠 720선으로 상향되는 분위기다. 경제의 최악국면 탈피 전망이 강화되며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됐다. 수급이 뒷받쳐주면서 지수 715에 위치한 5일선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거래가 따라주지 않아 매물대의 강한 돌파는 힘겨운 모습이다.
시장은 중기적 상승세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가운데 1차적으로 750선까지의 상승 가능성에 합의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수세 지속, 업종대표 주도주 순환, 미국 경제변수 호전 등이 추가상승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신용스프래드 하락, 신용리스크 완화 등으로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약화되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뚜렷한 주도주가 없어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매물부담이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어 750선까지는 도전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팀장은 “장후반 급격한 하락반전, 거래대금의 지나친 급증, 선도주 장대음선 기록 등 고점징후가 아직 없다”며 “종목은 5일선 지지를 받고 거래가 꾸준한 업종대표주로 좁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부담요인도 상존하고 있어 낙관론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체의 내년 1/4분기 수익 증가율이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책으로 국내 내수가 향후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수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제조업체의 내년 1/4분기 경기실사지수가 88을 기록, 경기의 기준선인 100이하로 내려갔다. 지난 2/4분기 133을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 3/4분기 125, 4/4분기 111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 시장도 4/4분기 연말특수에 따른 반짝 경기호조가 내년초 퇴색될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소비와 제조지표의 호전 등으로 디플레가능성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본격적인 경기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경제의 본격 경기상승을 기대하기 힘들고 한국 GDP의 50%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2003년 상반기 중 상당폭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한국경제가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경기회복세가 재개되기에는 주변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