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손댔다가 빚이 9천4백만원으로 늘어났습니다. 빚만 생각하면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남자친구의 간곡한 부탁으로 카드빚을 내줬다가 3천만원의 채무를 떠안게 됐습니다. 부모님께는 절대 알릴 수 없어요. 도와주세요." 요즘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상담창구에는 빚에 쫓기는 채무자들의 구구절절한 호소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 특히 위원회가 개설한 홈페이지(www.pcrs.or.kr)내 사이버민원실에는 하루 평균 50∼60건의 상담요청이 쌓이고 있다. 3일 현재 등록된 상담건수가 3천건을 넘어섰다. 빚보증을 섰다가 감당할 수 없게 된 주부, 청소년 시절부터 '신용카드 과소비'에 중독돼 스물한살의 나이에 벌써 수천만원의 채무를 지게 된 청년, 사업실패 후 가족의 신용카드까지 끌어썼다 온 가족을 신용불량자로 내몬 가장 등. 이들은 한결같이 "떳떳한 사회인으로 새출발하고 싶으니 신용불량의 멍에를 벗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회생기회를 주세요.' 딸 한 명을 둔 평범한 주부라는 신모씨는 "젊을 때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3천만원의 채무를 졌지만 남편과 같이 고생한 끝에 절반을 갚았다"면서 "하지만 남편이 모르는 빚이 1천5백만원 더 남아있어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신씨는 "더 이상 남편에게 기댈 수도 없고 가정을 잃고 싶지도 않다"면서 "남편 몰래 신문을 돌릴 예정인데 한달에 25만원씩 장기상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꼭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가난한 아줌마'란 가명을 쓴 주부는 "뇌성마비에 걸린 둘째아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정 아버지 보증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채무를 못갚아 친정집에 가압류가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은행에서는 연체금액 2백80만원을 갚아야 강제집행을 취하할 수 있다는데 당장 그렇게 큰 돈을 구할 수가 없네요"라고 딱한 사연을 올렸다. 장모씨는 "어머니가 가게를 낼 때 사업자금이 부족해 내 카드로 메웠다가 지금 빚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월급보다 이자가 더 많다 보니 이제 돌려막는 것조차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 '이자 물다 지쳤습니다.' 나이가 스물한살이라는 김모씨는 "열아홉살때 처음 카드를 발급받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7개 카드사에 3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연체이자가 24%나 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막막한 사정을 고백했다. 그는 "대환대출을 준비중이지만 수수료만 1백40만원 정도 필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부모님이 최근에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잠을 못이루신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증권사 지점장 출신이라는 한 남자는 "IMF 실직 후 1억원 정도의 빚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자부담 때문에 3억원으로 불었다"면서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봐야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