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가계대출억제책'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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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을 줄이려는 금융감독 당국의 의지가 결연해 보인다.
최근 가파르게 급증한 가계대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후유증도 미리 내다보고 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전면에 나서 마련한 일련의 억제대책과 당국자들의 태도를 보면 몇가지 생각거리를 남긴다.
무엇보다 '감독'이란 명분아래 금감위와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업무와 권한이 어느 선까지일까 하는 점이다.
감독당국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되 개인들이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개별 은행의 대출금리까지 직접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표현을 썼지만 그동안의 관행으로 볼 때 그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감독권을 동원해 직·간접적인 규제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은행과 이용자의 관계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우월적 지위나 은행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대출금리에 대해 간섭한다는 것이 나름대로 명분은 있다.
이 문제만 떼어놓고 보면 경제적 약자인 개인들 편에 서는 것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논리로 '관치(官治)'가 계속되고 다른 사안에까지 간섭이 확대된다는 사실이다.
대출금리가 높은 은행은 이용자들이 외면할 것이고 해당 은행은 영업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시장의 논리이고,그런 시장논리를 존중할 때 은행의 자율경영도 가능해진다.
가계대출 억제책에서 은행과 비은행권이 형평을 이루고 있는가 하는 점도 생각거리다.
개인대출 감축을 염두에 둔 카드사 건전성 대책이 나오자 카드사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카드사에 불리한 경영수치가 잔뜩 발표돼 카드사들의 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볼멘 소리다.
은행 카드 저축은행 외에 다른 금융업종에 대해서는 왜 억제대책이 없는가도 되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예컨대 보험과 신용협동조합 여신금융전문사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물론 이들 금융회사는 금리가 높아 아직까지는 가계대출 규모가 적은 편이지만 은행권에서 눌린 가계자금 수요가 앞으로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를 일이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