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에릭슨이 '이동통신 장비업계의 IBM'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지국 등 이동통신 장비업체인 에릭슨이 하드웨어 생산 위주에서 시스템 운영 등 서비스 부문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게 IBM의 생존 전략을 연상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단말기 독자생산 포기=에릭슨은 호주의 이동통신 업체인 허치슨텔레콤의 망을 7년간 관리해 주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에릭슨은 이에 앞서 지난 주에도 브라질텔레콤과 망 일부를 위탁관리해 주는 계약을 맺었다. 에릭슨의 서비스 담당 조한 위버그 부사장은 "40개 세계 이동통신 업체들과 망 관리 서비스제공을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에릭슨이 지난해 이동통신 단말기의 독자생산을 포기한 것도 IBM식 전략의 일환이다. 에릭슨은 휴대폰 단말기 사업을 일본의 소니와 설립한 합작사(소니에릭슨)에 모두 넘겼다. 에릭슨의 이같은 전략은 일단 순항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9월까지의 총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줄었지만 망 관리와 같은 전문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에릭슨이 허치슨과의 계약으로 수억달러를 벌어들이게 됐다"며 "망 관리 등 서비스 부문이 에릭슨의 안정적 수입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IT장비 업체에도 영향=이같은 변신의 선두주자격인 IBM은 최근 컴덱스기간 중 앞으로 3년간 10억달러 상당의 연구개발(R&D)예산을 컨설팅 및 컴퓨터서비스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IBM은 이에 앞서 지난 10월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를 인수했다. IBM의 IT서비스 사업부문은 총 매출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2위의 반도체업체인 독일 인피니언도 반도체 제조사에서 설계 및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솔루션 업체로 변신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03 사업연도(2002년 10월~2003년 9월)중 반도체 신규설비투자액은 9억8천1백만유로로 반도체 제조업체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이라는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