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의 브라운관업체인 오리온전기의 파업이 3개월째 접어들면서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결제가 중단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1월중 만기가 돌아오는 1천억원의 금융권 차입금을 갚을 길이 없어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납품대금 결제못해=오리온전기는 11월 중순 삼성코닝 한국전기초자 등에 지급해야 할 수십억원의 물품대금을 갚지 못했다. 오리온은 파업으로 공장가동이 전면 중단돼 현금보유량이 바닥난 상황이어서 납품업체들에 사정해 간신히 부도위기를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예금계좌도 이미 가압류된 상태여서 이 상태로는 내달중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권 차입금 1천억원의 상환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 거래업체 관계자는 "오리온으로부터 장래 지급을 조건으로 한 선일자 수표를 받아 거래해왔다"며 "발행일이 지났지만 부도처리될 가능성이 커 지급제시를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온도 지난 10월 9일 파업 이후 발생한 매출손실만 9백30억원이 넘는다며 이달 중에도 정상적인 자금결제가 어렵다고 밝혔다. ◆정상화 불투명=오리온전기는 올 들어 지난 3·4분기까지 매출 5천51억원에 영업손실 1천3백7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 규모보다 많은 것이다. 자본잠식 규모도 3천1백49억원으로 자본금의 3배에 달한다. 더구나 파업으로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재고도 바닥나 자체 현금동원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파업의 장기화로 전통적인 거래관계에 있던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연간 거래물량을 3백억원 내외로 줄이는 등 영업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브라운관 업계의 불황과 구조조정도 오리온전기에 위협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필립스디스플레이 삼성SDI 대만의 CPT 등 '빅3'를 중심으로 한 브라운관 업계의 재편과정에서 군소업체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NEC 마쓰시타 히타치가 올 들어 CDT(모니터용 브라운관) 사업에서 철수했으며 소니와 도시바도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