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대출(한도대출)의 첫 거래는 마이너스통장을 만든 후 최초로 이뤄진 거래가 아니라 통장 잔액이 처음 마이너스가 될 때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이 보증기관 보증을 받아 마이너스대출을 승인받은 경우 60일 이내에 통장잔고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다면 금융회사는 신용보증기관에 대출금 변제를 요구할 수 없게 돼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항소 10부(재판장 최동식 부장판사)는 3일 우리은행이 개인사업자인 김모씨의 기업운전자금 마이너스대출 보증을 선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상대로 낸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련법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서 발급 이후 60일 이내에 첫 거래가 이뤄진 경우 보증책임이 발생한다"며 "마이너스통장의 첫 거래를 은행측은 통장 개설 후의 첫 거래라고 주장하지만 기술신보의 주장처럼 통장 잔액이 0원 이하가 되는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김씨의 통장 잔액이 대출보증서 제출 이후 76일이 지나서야 0원 이하로 된 만큼 피고의 보증책임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은 대출한도까지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태(마이너스통장 개설) 이후 거래가 이뤄지면 마이너스대출이 시작됐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지난 89년부터 이 약관을 통해 연간 수십만건의 보증을 서 온 보증기관들이 이번 판결을 근거로 60일 내 잔고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은 대출을 대신 갚아 줄 수 없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커 금융권이 혼란에 빠져들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받고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 주고 있는 은행 등 제1금융권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국내 보증기관들은 89년부터 '보증서 발급 60일 이내에 대출이 실행될 경우에만 보증책임을 진다'는 약관을 적용, 한 해 수십만건을 보증해 왔다. 문제는 이 약관에 따라 돈을 회수할 수 없는 대출이 얼마나 될지 아직까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수만건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마이너스대출 시점을 문제삼지 않아 이번 판례로 회수 불가능한 대출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시중은행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추가 손실이 예상되며 이를 계기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관행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