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계속 오르자 투신사 은행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연일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펀드 환매(자금 인출)로 인해 마지못해 주식을 팔아할 형편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강신우 굿모닝투신 전무는 "지금 주식을 팔고 있는 기관들은 지수가 750선을 넘어 800선으로 치달을 경우 다시 주식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가면 개인 및 기관의 돈이 펀드로 다시 들어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750이상에선 사고 750이하에서 파는 기관들의 "거꾸로 투자"가 고쳐지려면 투신사등 운용회사 뿐만 아니라 연기금 은행 보험등 자금집행 기관들의 투자문화도 함께 바뀌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가매수·저가매도=지난 9·11 테러 이후 최근까지 기관은 750선 아래에서 순매도,750 위에선 순매수를 기록했다. 저가에서 팔고 고가에서 사는 '바보투자'를 한 셈이다. 물론 외국인은 반대로 움직였으며 시세차익은 이들의 몫이었다.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는 "사실 기관들의 '거꾸로 투자'는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92년 증시개방 후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고질병"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증시침체기엔 돈이 빠져나가고 활황기에 자금이 몰리는 기관 자금의 악순환이다. 신성수 피데스투자자문 이사는 "운용회사들이 주식투자를 확대하려 해도 돈을 맡긴 개인이나 기관이 환매를 요청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증시가 활황기에 들어가면 주식형펀드에 일시에 돈이 들어온다. 투신권이 바닥에서 팔고,상투에서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금집행의 후진성=개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문 투자회사(투신사 자산운용회사 투자자문사)에 돈을 맡기는 각종 연기금 보험 은행 등 자금 집행기관의 후진성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단기적인 시황에 연연해 투자결정을 내리는 아마추어리즘,6개월∼1년간의 단기적인 평가시스템,획일적인 규정(손절매) 등에 얽매여 장기 관점에서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을 따지는 투자시스템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3∼4월처럼 장밋빛 전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앞다퉈 자금집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기관의 매도세는 연말결산을 앞둔 일부 자금집행 기관의 환매요청이 주된 배경"이라며 "내년 초 다시 자금을 집행하더라도 올해 결산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해를 넘기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