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안방시장 '태풍경보'.. 저가품 중국에 밀리고 고가품 일본이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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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산 가전제품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저가품은 중국산이, 고가품은 일본산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10월까지 중국산 가전제품 수입액은 6억8천74만달러(전자산업진흥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나 늘어났다.
지난 92년(5천7백만달러)과 비교하면 10년만에 11.8배나 늘어났다.
이는 한국의 대중국 가전제품 수출액(6억8천12만달러)을 능가하는 수치다.
일본에 이어 중국과의 가전제품 교역에서도 무역역조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범람하는 중국산 가전제품
국내 최대 전자양판점인 하이마트에서 팔리는 중국산 가전제품의 모델 수는 10여개가 넘는다.
카세트 전화기 청소기 히터 다리미 등 소형가전 제품들로 대당 10만원미만 짜리가 대부분이다.
이들 제품의 최대 경쟁력은 '1회용'수준의 저렴한 가격.유선전화기는 2만원이하,카세트는 5만원이하에 팔리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중국산 소형가전을 수입하는 오퍼상만 수백개에 달한다"며 "이들 제품은 수입상들의 브랜드를 부착,소비자들은 국내 중소업체 제품으로 착각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소형가전외에 일부 중대형 가전시장도 중국산 제품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일부 할인점에서 팔리는 29인치 평면 브라운관 TV는 국내 제품보다 10만원 이상 싼 대당 4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비교적 최신 제품인 DVD플레이어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중국산 DVD플레이어의 대당 가격은 18만∼19만원으로 국내 VCR보다도 오히려 싸다.
하지만 중국 현지 생산가격이 10만원에 불과,대당 마진만 8만원에 이른다는 게 수입상들의 설명이다.
특히 냉장고 에어컨 등에서는 하이얼,통신 부문에서는 TCL,전자레인지는 거란츠,TV에서는 창홍 등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의 경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다량 수입되고 있다.
세탁기는 올해 대중 수입액이 1백81만9천달러로 2백%가 늘었고 에어컨도 2백28만달러로 83.3% 증가했다.
냉장고(89만달러)는 68%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산 제품과 품질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어 위협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담스런 경쟁자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일본업체의 공격마케팅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 가전회사들의 국내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일본 가전제품 수입액은 올들어 10월까지 15.7% 증가한 8억7천1백50만달러에 달했다.
소니 샤프 JVC 파나소닉 등 일본기업들은 한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보고 매장 수를 늘리고 AS망을 확충하는 등 대대적인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국내 가전시장이 PDP(벽걸이TV)를 비롯한 대형 고가제품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데다 디지털카메라 등 첨단 제품 수요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저렴한 중국산과 최고급 일본제품사이에서 양면공격을 받는 형국"이라며 "끊임없이 품질을 고급화하는 차별화 전략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