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heo@smba.go.kr 지난달 설악산 공룡능선에 다녀왔다. 설악산 비경이야 내설악의 웅장한 산세,외설악의 화려한 단풍,귀때기청으로의 시원한 능선종주 등 필설로써 다 표현할 수 없지만,특히 아름답고 험난한 산악지대인 공룡능선 종주는 언제부터인가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힘은 들었지만 대학시절 기분을 내며 텐트를 메고 오른다. 오세암에서 점심을 먹고 마등령에 올라탄다. 아! 저멀리 전면으로 보이는 서북주능선,오른쪽으로는 그 유명한 공룡능선의 웅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일부터 오를 산행 코스라 벌써 마음이 설렌다. 옛날 실력을 발휘,피켈이니 지지목을 이용해 마등령 산등성이에 집 한채(텐트)지어두니 마음이 푸근하다. 도대체 산위에서 텐트를 쳐본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보통 당일등산이고,지리산 종주,덕유산 종주 때는 잘 지어둔 산장을 이용했으니 아마도 대학시절 이후 처음이 아닐까.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다. 동심으로 돌아가 텐트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매트에 바람넣느라 애썼던 옆 친구들의 코고는 소리 들리니,이미 잠든 듯…. 그런데 필자에게는 잠이 찾아오지 않는다. 아니 잠이 들 수가 없다. 首上恐龍稜/足下五歲庵/眼上樹葉聲/耳下草蟲音(머리위에는 공룡능선이오.발밑으로는 오세암이라.눈위로는 나뭇잎 소리에 귀아래로는 풀벌레 울음이로다.) 밤은 깊어 삼경을 향하는 듯한데,텐트에 누워 있으니,정신은 맑아 점점 또렷해지고 만추의 단상들로 잠 못 이룬다. 맑은 바람 청량한 가을이 가슴에 와 닿는다. 휘휘,쉬쉬하는 바람들소리,대청,중청을 감아내려 오는 지고지순의 산정기,아까 본 예쁜 새빨간 단풍잎들은 혹 필자가 있는 따뜻한 텐트안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獨夜不入眠/朔風內雪岳/丹楓願入室/落葉鼓天幕(홀로 밤에 잠 못 이루네.삭풍은 내설악을 몰아치는데,흩어진 단풍은 안으로 들어오자 하고,나뭇잎은 떨어져 천막을 두드리네.) 바로 머리위 나무에서 나뭇잎이 툭하고 떨어져 또르르 하고 텐트위를 굴러내린다. 아! 이 낙엽,저 바람소리,단풍,풀벌레 소릴두고 내 어찌 잠을 이룰 수가 있으리…. 아,가을인가! 아,설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