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일자) 다시 확인된 대학교육의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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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신입사원들의 지식 및 기술수준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가 평균 26점(1백점 만점)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는 산업수요와 괴리된 대학교육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전경련이 주요 회원사 인사책임자 3백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실습 및 현장교육과 창의력 교육이 잘못됐다고 기업들이 한결같이 지적한 것을 보면 특히 그러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들의 사내교육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는 얼마전 국내기업들이 신규 채용 기술인력에 대한 재교육비만 무려 2조8천억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전경련의 또 다른 조사결과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신입사원을 뽑아 놓고도 이들을 실제 활용하기까지 기업들은 상당한 비용과 시차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실한 대학교육이 기업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재교육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경력사원 채용으로 필요인력을 충당한다고 하니 대학교육 부실이 대졸실업자 양산이란 또 다른 심각한 결과까지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기업의 이런 지적에 대해 대학측으로서는 어떻게 모든 기업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업의 요구조건을 기업 특유의 수요와 그 기업이 속한 산업적 수요로 나눌 경우 전자는 기업이 당연히 투자할 부분이라고 하겠지만 후자와 관련한 대학의 역할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이 후자와 관련해서 대학이 기업들을 전혀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변화하는 산업수요에 부합하는 학제 개편을 주된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지만 이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동안 누차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변화에 경직적이었고 결국 이것이 누적돼 작금의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고 말았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게 아니다.
교육에 대한 기업의 불신이 이러하다면 그토록 강조하는 산ㆍ학협동 연구는 더 기대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제 대학이 변화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학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수요자 중심의 교육은 더 이상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대학은 우선 기업의 요구사항이 대학교육에 즉시 파급될 수 있는 산ㆍ학교류 채널부터 만들어 개혁에 착수하기 바란다.
정부 역시 대학이 스스로 변화하고 서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또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