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상하이를 선택했다.' 상하이가 오는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결정된 3일 밤. 중국 TV는 일제히 이 문구를 자막으로 내보냈다. 상하이 거리에서 벌어진 축하공연이 밤새도록 방영됐다. 상하이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지난해 7월 13일 새벽 베이징도 그랬다. 당시 베이징 시민들은 2008년 올림픽 유치 소식을 듣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상하이는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바통을 이어받아 또다시 국제적 행사를 치르는 중국 도시가 된 것이다. 오는 2010년이 상하이에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상하이 시정부는 이미 오래 전 2010년을 '상하이 국제 1급 금융도시 진입'의 원년으로 선포했었다. 상하이에 주재하고 있는 한 상사원은 "2010년 세계박람회는 상하이의 국제도시 진입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1842년 발발한 아편전쟁으로 개항한 상하이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진주'였다. 상하이 황푸강 변 와이탄(外灘)에 자리잡고 있는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국제 금융도시 상하이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과 함께 상하이는 한동안 잊혀져 왔다. 상하이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시작된 푸둥(浦東)개발이다. 장쩌민 주룽지 등 상하이 출신 지도자들은 빛 바랜 진주를 꺼내 빛내기 시작했다. 푸둥은 마천루가 치솟으면서 '중국의 맨해튼'으로 거듭났다. 상하이는 금융과 무역 정보기술 제조업 등을 모두 갖춘 국제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상하이의 급성장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언젠가 상하이에서 기자를 만난 이헌재 전 부총리는 "상하이가 두렵다"고 말했다. 21세기 아시아의 경제패권이 상하이로 넘어가는 듯한 위협감을 받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지금 도쿄 상하이 서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은 21세기 '아시아 대표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서울 부산 인천 등 우리나라 도시들은 이 경쟁을 위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