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노믹스 5년] (9) '고령화사회 속 연금 부실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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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이 제2의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라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공적연금의 재정 평가와 정책방향'이란 논문에서 2002년 말을 기준으로 정상적인 연금 지급을 위해 적립해야 할 자금 부족분은 약 3백4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도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연금제도를 서둘러 손보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연금개혁을 촉구했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은 이미 고갈됐고 사학연금과 국민연금도 각각 30~40여년 사이에 모두 고갈될 상황에 몰려 있는데 대한 우려다.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 복지정책 가운데 하나였던 공적연금 확대가 결국 다음 세대의 복지를 갉아먹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공적연금의 부실은 '저부담.고급여'라는 연금구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김대중 정부 초기의 연금개혁 작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거듭된 후퇴
지난 97년 말 국민연금 제도개선기획단은 연금 파탄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연금 지급 시점의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70%이던 연금 급여 수준을 40%로 낮출 것과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이원적 구조를 통해 연금 파탄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 통과과정을 거치면서 연금급여율이 60%로 올라갔고 이원적 구조는 기초연금 단일구조로 변경됐다.
이어 99년에는 도시 자영업자로 연금 가입 대상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수혜자의 기여액 대비 급여액은 현재 가치로 환산할 경우 종전 2.99에서 2.32(88년 가입 기준)로 줄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부담액에 비해 두 배 이상을 타가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공적연금 체제는 결국 미래세대로의 부담 전가를 통해 현 세대가 노후를 보장받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 연금은 지불준비금 정도만 보유한 채 발생하는 적자는 모두 재정이 떠안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2000년 법을 개정하면서 정부가 적자를 메워주겠다는 조항을 명시함으로써 자체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여기에 최근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이 연금 지급 기준을 상향 조정키로 함에 따라 98년 연금개혁의 정신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기득권의 벽에 부딪친 개혁
공적연금의 위기는 현 정부의 개혁의지가 연금수급 기득권층의 저항수준을 뛰어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분기점이 됐던 98년 제도 개선 당시 '저부담 고급여'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데다 이후 지속적인 후퇴과정을 거쳐 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노령화 사회에 대한 적극적 대처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위크는 "2020년께 5명의 연금납부자가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취업자가 부양해야 하는 노인인구가 2040년에는 1인당 1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치 못한 현재의 연금체계는 결국 세대간 책임이전의 구조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재수술 시급한 공적연금제도
연금 전문가들은 '저부담.고급여' 체제를 바꾸기 위해 연금의 성격을 임금보장이 아니라 최소 생활보장의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금 체계를 다층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하 교수는 "공적연금은 공통적으로 필요한 최저 생활을 보장하고 개인별로는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세대간 부담 이전을 최소화하고 자영업자의 철저한 소득파악으로 세대내 재분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