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마법사, 이번엔 액션영웅이니? ..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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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터지어드벤처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여느 속편과 마찬가지로 전작에 비해 참신성이 떨어진다.
첫 편은 조앤 K롤링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원작을 처음 영화화한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2편은 첫편의 소재를 반복함으로써 팬터지영화의 생명인 상상력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2편도 대대적인 물량공세와 원작의 지명도에 힘입어 각국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영화는 호그와트마법사학교의 2년생이 된 해리포터(대니엘 래드클리프)가 단짝인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엠마 왓슨) 등과 함께 교내 비밀의 방에 암약한 악을 퇴치하는 내용이다.
"꼬마영웅" 해리 포터가 무용담 하나를 추가하는 셈이다.
때문에 2편은 팬터지물이라기 보다 액션물에 가깝다.
이 점에서 첫편보다 매력이 부족하다.
머글(인간)세상에서 핍박받던 해리포터가 마법사의 세계에서 일약 영웅으로 부상하는 첫편은 현실에 불만을 품고 "운명의 반전"을 꿈꾸던 청소년팬들을 매료시켰다.
2편은 꼬마영웅과 괴물들과의 대결로 승부한다.
다양한 괴물들은 서양신화와 설화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된 "움직이는 나무"와 "사람 얼굴모양의 뿌리를 지닌 식물",괴물거미와 전설의 뱀,불사조 등이 대표적이다.
불사조 "퍽스"가 장작더미에 몸을 불태워 자살한 뒤 잿더미속에서 재탄생하는 장면은 피닉스에 관한 이집트신화를 그대로 원용했다.
"움직이는 나무"와 "사람 얼굴모양의 뿌리를 지닌 식물"은 나무꾼 에뤼시크톤의 도끼날을 맞고 비명을 질렀다거나 나무에 요정이 살고 있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고가 반영된 소품들이다.
악의 몸통인 괴물뱀 "바실리스크"는 그리스설화에서 따온 동물이다.
뱀과 수탉이 결합해 탄생한 이 괴물의 눈빛과 마주친 생명체들은 즉사하고 만다는 것이다.
영화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다만 설화에는 족제비가 바실리스크의 천적으로 묘사되지만 여기서는 불사조 퍽스가 천적으로 등장한다.
해리 포터가 뱀과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리스신화속의 예언자 멜람포스가 뱀으로부터 예지능력을 얻어 새와 벌레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내용과 닿아 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괴물거미와 괴물뱀 등의 모습은 독창적이 아니다.
액션물이나 팬터지물에서 수차례 등장했던 것들을 약간 변형시켰을 뿐이다.
전작에 비해 유머는 강화됐다.
난장이 괴물 도비와 사이비마법사선생은 유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 이야기가 무거워지지 않도록 균형감을 실어 준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이 대결구도여서 영웅과 악당,적과 동지,선과 악이란 이분법적 도식이 전편에 비해 강화됐다.
마법사의 세계에선 머글과 마법사의 차별이 드러나고,인간세계에선 친자와 양자의 차별의식(해리포터에 대한 이모부부의 구박)이 뚜렷하다.
해리포터를 향한 극도의 영웅주의는 노력없이 타고난 재능에 대한 찬사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할리우드(지난달 15일)보다 한달 가량 늦은 오는13일 사상 최대규모인 전국 2백70개 스크린에서 개봉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