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누구를 위한 IT 펀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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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하의 일정부분을 투자로 돌리자는 취지에서 조성키로 했던 소위 IT펀드의 세부적인 설립ㆍ운영방안을 놓고 정보통신부가 업계와 벌이는 신경전은 한마디로 볼썽사납다.
취지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고 해도 처음부터 정부의 지나친 개입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던 터에 그것도 모자라 세부적인 사항까지 일일이 정부가 간여하고 나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SK텔레콤 KT KTF LG텔레콤 등 통신 4사가 3천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합의했을 때 사실 그 뒷맛은 개운치가 않았다.
민간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지만 펀드조성이 정통부가 주도한 사안인 데다 그 추진과정에 적잖은 무리가 있었다는 후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펀드를 조성키로 했다면 그 조성방법이나 운영이 철저히 민간자율로 돼야 마땅함을 우리는 이 난을 통해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순차적으로 자금을 내자는 업체의 주장에 정통부는 일괄 출자를 고집한다고 한다.
순차적 출자는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아직 시장수요에 대한 조사가 안된 데다 일거에 투자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란 점에서 정통부가 이를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단번에 조성된 자금이 다른 데 전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업계의 의혹도 전혀 근거없다고만 할 수 없다.
펀드의 운영도 마찬가지다.
모태(母胎)펀드 형태로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10여개의 자(子)펀드 운영이 문제다.
업계는 출자한 회사별로 특정펀드를 책임지고 운영하자는 의견인 반면 정통부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운영하자는 주장이다.
말이 좋아 공동운영이지 이는 정통부가 투자에 간여할 여지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펀드의 투자대상이 업계가 선호하는 상품화ㆍ실용화가 아니라 원천기술이어야 한다는 정통부의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원천기술의 중요성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민간출자로 구성된 펀드를 통해 해결할 성질의 과제가 결코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화 촉진기금을 비롯한 정부 가용재원의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오히려 시급하다.
이왕에 조성키로 한 IT펀드의 취지를 살려 나가고자 한다면 정통부는 이제라도 업체들의 의견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처음 있는 통신업계의 공동 투자펀드를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도 민간자율의 운영은 대단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