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아리랑TV 인근의 단학선원. 김충일 아리랑TV 사장(57)이 정좌를 하고 지그시 눈을 감는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김 사장은 단전호흡을 시작하자마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마치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수련에 몰두한다. 10여분이 지난 후 눈을 뜬 김 사장은 땀이 흥건히 배인 내의를 살짝 보여준다. "단전호흡을 하면 무엇보다 정신이 맑아집니다. 스트레스나 잡념은 사라지고 직관력과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할까요. 온몸에 따스한 기운이 감돌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고 피로도 풀립니다." 김 사장이 선원에서만 단전호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에 몇번이고 한다. 사무실에서 여유시간이 있거나 어디 가서 누구를 기다릴 때 주로 한다. 술 마시는 도중에도 잠깐 자리를 비워 단전호흡으로 알코올을 몸밖으로 내보내곤 한다고 귀띔한다. "단전호흡은 배꼽 아래 있는 단전부위에 기를 모으는 심호흡입니다. 자연과 대기의 우주에너지를 끌어들여 생명력을 강화시키는 원리입니다. 쉽게 말해 갓난 아이들이 누워있을 때 아랫배가 불룩해졌다 줄어들면서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 그대로의 호흡으로 돌아가 건강을 다지는 것이죠." 김 사장은 미국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1980년대 초에 독학으로 단전호흡을 배웠다. 당시 한국에서 단(丹)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서적을 구해 익히기 시작했다. "1년 정도 꾸준히 연마하니 단전에 기가 모아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합기도와 유도로 몸을 단련시킨 것도 수련에 도움이 됐습니다. 기가 충만할 때는 가로등을 몇분 동안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등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김 사장은 미국 유학시절 늦깎이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철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던 코막힘 증상도 단전호흡을 통해 고쳤다고 한다. 김 사장이 강조하는 또하나의 건강비결은 '등산+사진'이다. 아리랑TV 사장실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큼직한 액자의 산사진이 눈에 띈다. 김 사장이 지난해 여름 설악산 공룡능선에 올라 찍은 '구름바다' 사진이다. 김 사장은 전국에 가보지 않은 명산이 없을 만큼 산을 좋아하고 사진에 산을 담는다. 산을 찍기 시작한 것은 한국에 돌아온 지난 88년부터.요즘도 주말이 되면 카메라를 메고 산을 찾는다.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다니다 보면 운동도 될 뿐 아니라 기분이 더할 수 없이 상쾌해집니다.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거나 피부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듣는 데 단전호흡이나 등산을 통해 자연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