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당론 결정을 앞둔 자민련의 속사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자민련은 9일 오전 마포당사에서 시.도지부장회의를 열고 당론에 대해 논의한다. 자민련은 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李仁濟.IJ) 의원이 입당, 총재권한대행에 지명될 때만해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는 게 아니냐'는관측이 유력했다. 이미 이 대행은 `급진세력 집권 저지'를 선언하고 지난 97년 신한국당 경선불복에 대해 이회창 후보에게 공개사과까지 했으며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회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자민련의 `오너'인 김종필(金鍾泌.JP) 총재도 정치역정을 고려할 때 노무현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대선 판세 등과 관련, IJP가 이 후보를 지지하기 보다 이번 대선에서는 중립을 지키면서 대선후를 겨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행은 6일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 진지하고 정중하게공식적인 협력요청이 없는 상태"라며 "특정후보를 지지할 수도, 중립을 지킬 수도있고, 몇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발짝 뒤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7일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이 우리 당을 대선에 악용하기 위해 우리 당과의 공조니, 연합이니, 공동유세니 하는 음해성 유언비어를 날조하는 행태를 계속할 경우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체불명의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되지만 이유야 어떻든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의 분명한 입장"이라며 `반노비창(反盧非昌)'의 입장을 밝혔다. 유 대변인은 JP의 `복심'으로 인식되고 있는 인물이고, 그 시간 JP는 IJ와 골프회동 중이었다. 한때 이 후보 지지에 적극적이었던 김 총재 측근은 8일 "당내 대부분 의견은 대선에서 중립을 지키자는 것"이라면서 "대선후에 정치권 판짜기가 다시 이뤄질 경우교섭단체라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경선불복에 사과한 것은 개인적인 문제"라면서 "하지만총재권한대행이 된 만큼 당론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김 총재와 이 대행간의`이견설'도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IJP의 `벼랑끝 전술'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회창 후보가 지지세 반전의전기를 마련하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끌면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상당한 공조대가를 얻어내려는 계산이라는 것. 자민련은 한나라당의 의원.단체장 빼가기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은 데다가 이번 대선을 전후해 당의 지속적 존립을 위한 활로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자민련이 의원.단체장 영입에 대한 이 후보의 사과와 충청권에서의 자민련의 독점적 위상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