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1:13
수정2006.04.03 01:15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대졸자의 실력이 기업 요구 수준의 26%에 불과하다고 공개하자 대학이 또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에 따른 인력수급 불균형은 기업과 대학이 모두 고민하는 문제다.
대학들은 이공계 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도 모자라는 핵심 연구.기술인력을 해외에서 수혈받을 정도로 심각하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대학 CEO인 총장이 만나는 '기획대담-광운대편'.
이번에는 이공계 기피 해결방안 등을 찾아보기 위해 공대 출신 벤처기업 CEO인 유원식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과 박영식 광운대 총장이 지난 2일 광운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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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원식 사장 =요즘 사회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합니다.
기업마다 이공계 인력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대학도 이공계 학과에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아 힘들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 박영식 총장 =맞습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보니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 학과를 싫어해 이공계 대학생의 전반적인 학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국가 발전도 이룰 수 없는데 말이죠.
▲ 유 사장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이공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대학들은 이공계 학과를 지원하기보다 경영학과 등에만 지원을 늘리는 등 이런 풍토에 일조하는 것 같아요.
광운대가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공대나 첨단과학 분야를 꾸준히 특화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 박 총장 =그렇습니다.
대다수 대학들이 특성화 대학이라고 말하지만 제대로 특성화한 대학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대학졸업 인력은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는데 대학들은 여전히 규모만 늘리려고 하고 있죠.
이공계 학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질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육성하기 보다 대학마다 특성없는 학과를 늘리다보니 이공계 인력의 질이 저하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광운대는 지난 63년 전자공과대학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전자공학 분야를 특성화해 왔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전자정보대학을 공대에서 분리해 단과대학으로 격상시켰고 '정보통신연구원'을 만들어 4년 전부터 해마다 10억원씩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석사과정에서 1백명을 대상으로 2년치 등록금을 완전히 면제해 줄 방침입니다.
광운대는 정보통신부가 지정하는 '정보통신연구센터(ITRC) 지원대상'에 무선통신연구센터(RFIC)와 음성정보기술처리센터가 선정될 만큼 특성화대학으로 인정받고 있죠.
지난해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평가한 전기.전자.통신분야에서 최우수대학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 유 사장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야 하겠죠.
광운대도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수 인재를 많이 유치해야 할 것 같은데요.
특별한 전략이 있나요.
▲ 박 총장 =광운대는 이전부터 우수한 학생들에게 특별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홍보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유치전략을 세우고 있죠.
문제는 전액 장학금을 주더라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 뒤에 상위권 대학으로 옮겨가는 것이죠.
내년부터 대학정원보다 수험생 수가 부족해지는데 광운대처럼 작은 규모의 대학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 같습니다.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게 최우선이겠죠.
▲ 유 사장 =정보기술(IT) 분야는 변화가 빠릅니다.
특히 IT분야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2∼3년이 지나면 '철' 지난 지식이 됩니다.
기술력을 재충전하려는 기업을 위해 대학에서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연구.지원하고 기업인력을 위탁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떨까요.
단순히 기업이 대학에 얼마나 많은 돈을 내느냐보다 기업과 대학간의 인적 교류와 지식 교류가 바람직한 산.학협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박 총장 =좋은 의견입니다.
기업이 손상된 제품에 대해 애프터서비스하듯 대학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애프터서비스(기술재교육)를 실시해야 하겠죠.
물론 기업도 대학생을 뽑아서 1∼2년 동안 일을 시켜본 뒤 불평할게 아니라 대학에 연구시설을 적극 투자해야 합니다.
▲ 유 사장 =산.학협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그동안 대학에 교육지원프로그램(EAP)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많은 지원을 해 왔습니다.
현재 2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인턴십제도를 내년에는 30∼40명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 박 총장 =광운대도 올 여름방학 동안 대덕전자라는 IT업체와 산.학협동을 통해 이 회사 사원들에게는 위탁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 10여명이 현장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도록 했습니다.
내년에는 정통부가 산업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IT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실시중인 '대학생 IT인턴십 지원사업'에 30명의 학생을 참가시킬 계획입니다.
미국 샌디에이고대학에 보내 6개월간 IT분야 위탁교육을 시키고 학점도 인정해 줘 경쟁력있는 인재를 양성할 생각입니다.
▲ 유 사장 =요즘 입사하는 사원들을 보면 영어를 비롯 일정부분의 경쟁력은 상당히 높아졌어요.
그러나 여전히 좋은 인재를 뽑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그래서 세 가지 요소를 인재 채용에서 평가합니다.
창의력이 있는 인재,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재, 인성에 부족함이 없는 인재죠.
특히 창의력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에 인.적성 검사를 하고 면접에서도 창의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우수 인재를 키우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 박 총장 =우선 학생들의 어학경쟁력을 높일 생각입니다.
내년 신입생부터 '영어 졸업인증제'를 실시, 매학기 한 과목씩 토익강좌를 의무적으로 수강케 해 토익 7백점 이상이 돼야 졸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실력있는 교수를 뽑아 연구분야의 경쟁력을 한층 높여갈 생각입니다.
올해 10억원이 지원된 교수연구비도 내년에는 크게 늘릴 겁니다.
전체 교수중 서울대 출신을 45%로 확대하는 등 외부인력을 과감하게 채용하고 있습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