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영화관 메가박스 앞에 영화 보러 온 젊은이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눈이 내린 탓인지 지하에 있는 코엑스몰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걷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16개 스크린에 좌석수가 4천3백석이나 되건만 저녁 6시 이전 티켓은 모두 매진됐다. 40분간 줄을 서 6시 티켓을 구입했다는 대학생 김정환(25)씨는 "깜빡 잊고 예매를 안해 고생하고 있다"며 여자친구 손을 잡고 근처 스타벅스로 향한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도 족히 1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보인다. 영화관 옆 대형 수족관 아쿠아리움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2천3백여평에 달하는 수족관에는 5백여종 4만여마리의 수중생물이 동심을 유혹한다. 송파구에 사는 이홍림씨(36)는 "입장료가 1만4천원이 넘어 비싼 편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해 데려왔다"고 말한다. 이씨는 "빨리 들어가자"는 아이의 성화에 발길을 돌린다. 영화관 옆골목엔 국내 최대(매장 면적 1천2백25평)의 서점인 반디&루니스와 캐릭터숍들이 몰려있다.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부모를 졸라 큼직한 토토로 인형을 얻어낸 아이들도 눈에 띈다. 아케이드 양쪽엔 지오다노 후아유 아디다스 나이키 등 2백여개의 패션 매장들이 늘어서 있다. 손님맞이로 정신이 없기는 이곳도 마찬가지다. 절반 가량이 신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떠보기 위한 본사 직영 안테나숍들이다. 지오다노 매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구숙희씨(24)는 "코엑스몰은 지갑은 가벼워도 싸구려 옷은 입지 않으려는 성향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며 "그러다 보니 이름있는 중가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마르쉐 우노 등 패밀리레스토랑들은 영화를 보고 나와 점심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롯데리아나 KFC 할리스 같은 패스트푸드나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들은 이곳에만 2∼5개씩 점포를 냈다. 코엑스몰은 2000년 5월 오픈 이후 강남지역 최대 상권 중 하나로 떠올랐다. 삼성역에서 봉은사까지 7백m에 달하는 지하 아케이드 전체가 쇼핑몰로 구성돼 있다. 코엑스몰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13만명선. 주말엔 3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삼성역도 덩달아 바빠져 하차 인원 기준으로 서울시내에서 1,2위를 다투는 복잡한 지하철역이 됐다. 코엑스몰이 처음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출발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쇼핑몰이 주를 이뤘고 들러리격으로 영화관과 수족관이 들어섰다. 하지만 꾸준히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개발하다 보니 이젠 쇼핑몰이 오히려 부수적인 존재가 됐다. 코엑스몰에서 볼거리를 제공하기 시작한 첨병은 온게임넷의 메가웹스테이션이었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민 게임으로 떠오르면서 메가웹스테이션에서 벌어지는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를 보기 위해 젊은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온게임넷 조영환 PD는 "임요환이나 박정석 같은 게이머가 나오는 날이면 예선전이라도 관객 4백∼5백명이 몰려온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공연무대인 '유밀레공화국'이 명소로 떴다. 유밀레공화국이 자리잡고 있는 1천5백평의 공간은 원래 동대문형 패션몰인 '다체'가 있던 곳. 하지만 쇼핑 기능보다 볼거리를 강화한다는 코엑스몰의 방침에 따라 간판을 바꿔달았다. 오는 13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게임기 엑스박스(XBOX) 상설체험관이 이곳에 들어선다. 코엑스몰 홍보담당 홍성일 대리는 "코엑스몰은 실험적인 시설을 다른 곳보다 빨리 들여온다"면서 "젊은이들이 이곳을 즐겨찾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